눌리우스 인 베르바
유럽의 인식도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동양과 다름없었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문예부흥운동에 대해 역사가인 필리프 월프Philippe Wolff는 “목표를 과거에 맞춘 기묘한 전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는 ‘스콜라학의 권위에 대항하기 위해 또 다른 권위를 만들어내야’ 했는데, 그것이 보다 ‘순도 높은 고대 문헌’으로 대체하려는 것이었음을 지적한다.
“르네상스의 기본적 성격은 중세 시대에 오랜 시간에 걸쳐 고대 사상을 회복하고 흡수하는 과정을 완성시켜 정점에까지 도달했다는 점이다.”
“인문주의이든 종교개혁이든 시대의 흐름과 함께 더덕더덕 덧붙여진 야만적 요소를 벗겨내고 혼입된 불순물들을 여과함으로써 순수한 원초적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그 이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들은 과거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유산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며 고대 숭배를 시대정신으로 삼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자체가 권위이자 문화적 우월성의 상징이었다.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요청한 인문주의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들도 르네상스 때처럼 고대의 문헌에서 원군을 찾으려 했고 초대 교회의 관행을 기꺼이 따르고자 했다.
예수의 가르침은 간단했다. 시간이 흘러 다닥다닥 덧붙여진 인간의 전승과 욕망이 담긴 제도(가톨릭이 그동안 만든 수많은 제도들)들을 제거하고 그 당시로 돌아가 사도시대의 생명력과 소박함을 되찾자!
신과 신자 사이를 중개하던 성직자라는 필터가 오히려 신과 신자 사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루터는 성직자 계급을 배제하고 신과 신자가 바로 결합하는 프로테스탄티즘 운동을 주창했다. 헤겔은 저서 『역사철학강의』에서 ‘중세기 끝에 여명을 띄우고 솟아나 모든 것을 비추는 태양’이라고 종교개혁을 평가했다. 정신사적으로 중세의 어둠을 물리치고 근대의 새벽을 연 종교개혁은 역사에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왔다. 특히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뱃사람들과 천문학자들은 고전학문이 100%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콜럼버스의 발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알 가치가 있는 모든 지식은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발견했다는 신화를 깨트렸다는 것이다. (…중략…) 프톨레마이오스의 권위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대체 어떻게 고대 세계의 가장 위대한 지리학자라는 사람이 한 대륙을 통째로 놓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다른 분야라 해도 이런 오류를 범한 사람의 말을 대체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대전환기18]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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