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찾은 해외 아티스트 국경 초월 우애 나눠
내달 1일까지 60여개국 1천명 세계 인형극 향연 이어져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24회 유니마총회 및 춘천세계인형극제'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예술적 교감과 훈훈한 에피소드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인형 제작자 지미 데이비스(Jimmy Davis)는 2006년부터 춘천세계인형극제와 19년간 인연을 이어온 아티스트다.
그는 몇 달간 춘천에 머물며 거리 퍼레이드인 '퍼펫 카니발'에 사용된 대형 인형들을 직접 제작했다.
올해는 특별한 동반자도 함께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딸 가족이 할아버지를 따라 춘천을 찾은 것이다.
그는 "춘천세계인형극제 퍼레이드는 단지 걷거나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 전체가 살아 숨 쉬는 무대가 되어 가족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비스는 딸, 손주들과 함께 축제극장 몸짓에서 춘천시청 광장까지 이어진 퍼펫카니발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찾은 수천 명의 인파 속에서 인형을 들고 함께 행진한 그에게 춘천은 어느새 '가족의 추억이 깃든 도시'가 됐다.
국제 인형극 네트워크를 통한 재회도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춘천세계인형극제 사무국은 2023년 프랑스 샤를르빌 국제인형극축제에서 '코리아 포커스'로 참여하며 현지 아티스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눈 바 있다.
당시 사무국 직원들과 교류했던 프랑스 공연팀 'Demain on change tout'이 올해 춘천을 찾아 공연하게 돼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
프랑스 연출가이자 배우 사라 르투제(Sarah Letouzey)는 "춘천세계인형극제는 공연 외적인 교감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춘천은 인간 본연의 솔직한 감정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관용과 포용의 도시"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인형극단 CQP 프로덕션의 이야기도 감동을 자아낸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처음 춘천을 찾았지만, 도착하자마자 항공사의 실수로 공연 소품과 개인 짐을 모두 잃어버리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당장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춘천세계인형극제 사무국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대체 장비를 함께 마련하고, 숙박과 식사를 챙기며 필요한 소품을 밤새워 만들어주는 등 마치 가족처럼 그들을 도왔다.
시민 자원봉사자들도 이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마르티네스(Cristina Garcia Martinez) CQP 연출은 "춘천은 단순한 축제 개최 도시가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들의 보금자리이자 제2의 고향처럼 느껴졌다"고 극찬했다.
이 같은 경험은 상호 간 깊은 유대감으로 발전했다.
이후 CQP 프로덕션은 8년 연속 춘천을 찾고 있으며, 다른 축제에서 만나는 동료 아티스트들에게도 춘천을 "꼭 가봐야 할 도시"로 적극 추천하고 있다.
춘천세계인형극제는 세계 인형극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유명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축제 기간 중 도시 곳곳에서 아티스트들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광경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이다.
실제로 올해 축제에는 총 21개국 104개 팀이 참여했으며, 이 중 약 80%가 재방문 아티스트다.
조현산 춘천세계인형극제 이사장은 "춘천의 힘은 화려한 시설이나 많은 예산이 아니라, 진심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마음에 있다"며 "이런 따스함이 세계 아티스트들을 매년 춘천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27일 "춘천세계인형극제가 단순한 문화 이벤트를 넘어,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특별한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축제 문화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37주년을 맞은 춘천세계인형극제는 세계 인형극인의 네트워크인 '유니마총회'와 함께 오는 6월 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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