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은 기자] 요즘 연예계엔 명확한 공지도 없이 ‘공백기’라는 회색 지대에 머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식 입장 없이 돌연 활동을 멈춘 스타들, ‘탈퇴’도 아니고 ‘은퇴’도 아니다. 지금도 팬들의 함성과 무대 위 뜨거운 조명이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 속에 갇혀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소속사의 ‘판단’ 때문이다.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한 소속사는 어느 순간 기회의 문이 아니라 활동을 막는 벽이 되었다. 과거에는 공백기의 원인이 명확했다. 학업, 건강, 입대, 혹은 스캔들. 그런데 요즘은 애매하다. 연예인의 존재 자체가 ‘상품’이 된 시대, 공백도 이미지 관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매일같이 새로운 얼굴들이 쏟아지는 연예계에서 빈자리는 금세 다른 이름으로 채워지고, 익숙했던 얼굴들은 조용히 잊혀 간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외모를 갖췄어도, 소속사의 입김 앞에서는 무력하다. 말 그대로 ‘방치’, 이 피해의 최종 종착지는 팬이다. 아무런 공지도 없이, 그들이 사랑하던 스타는 예고 없이 사라진다. 팬들은 “돌아오길 기다린다”고 말하지만, 정작 당사자도 돌아오고 싶었다. 대중이 잊은 게 아니라, 잊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그룹 우주소녀 멤버 다영이 소속사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화제다.
최근 다영은 개인 채널에 “ㅎ”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공식 계정 화면 캡처본을 올렸다. 당시 스타쉽 계정에는 지난 14일 생일을 맞은 신인 그룹 키키 멤버 지유 생일 축전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같은 날 생일이었던 다영의 축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영은 햄스터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이미지와 함께 “兎死狗烹(토사구팽)”이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兎死狗烹(토사구팽)’은 필요할 때는 이용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버린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됐으나, 우주소녀가 2022년 앨범 ‘시퀀스’(Sequence) 활동 이후 약 3년간 그룹 활동 공백기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 참다못한 다영이 스타쉽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이어졌다.
걸그룹의 공백기를 둘러싼 이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그룹 프로미스나인 멤버 이채영은 긴 공백기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5월 이채영은 프로미스나인 공식 위버스 채널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왜 이렇게 활동을 오랫동안 못할까? 우리만? 프로미스나인만? 너무 슬프다”며 “나도 플로버(팬덤명) 있다. 나도 팬 있다. 우리도 플로버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프로미스나인은 2023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언락 마이 월드(Unlock My World)’ 이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상태. 정규 앨범 전에도 2022년 6월 미니 5집 ‘프롬 아워 메멘토 박스(from our Memento Box)’ 이후 1년의 공백기를 보낸 바 있다.
팬들은 “프로미스나인을 왜 방치하냐”, “직접적으로 아쉽다고 말할 정도면 많이 힘든가 보다”, “멤버들도 팬들도 상처가 클 듯”이라며 소속사 플레디스 향해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프로미스나인이 플레디스 소속 걸그룹 프리스틴의 루트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이어졌다. 프리스틴은 지난 2017년 3월 데뷔한 10인조 다국적 걸그룹이자 애프터스쿨 이후 무려 8년 만에 선보인 플레디스 두 번째 공식 걸그룹으로 그 해 최고 기대주로 꼽혔으나 2년 공백 끝에 해체했다.
결국 프로미스나인은 지난해 12월 31일 플레디스와의 전속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 없이 전원 소속사를 떠났다. 이후 이새롬, 노지선, 이서연은 개인 활동을 선언했고, 송하영, 박지원, 이채영, 이나경, 백지헌은 지난 1월 어센드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5인 체제로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알렸다.
매일같이 신인들이 쏟아지는 이 바닥에서, 단 한 번의 공백은 곧 ‘퇴장’으로 간주된다. 설명 없는 ‘부재’는 곧 ‘잊혀짐’으로 연결되는 게 이 업계의 냉정한 이치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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