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상황입니다' … 가자지구서 영양실조로 입원했던 5개월 아기의 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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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상황입니다' … 가자지구서 영양실조로 입원했던 5개월 아기의 상태는?

BBC News 코리아 2025-05-26 12:10: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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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지나가도 아이들은 흥분하지 않는다. 그저 간신히 취재진을 쳐다볼 뿐이다. 죽은 자, 죽어가는 자, 죽음을 기다리는 자들 사이에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이 놀라울까. 아이들은 굶주림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턱없이 부족한 식량 배급을 받고자 줄을 서 보기도 하지만,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촬영을 위해 함께한 내 동료와 그의 카메라는 이제 이들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그는 주민들의 굶주림과 죽음을 지켜보았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시신 혹은 시신 조각을 흰 천으로 조심스레 감싸는 모습, 만약 신원이 밝혀진 망자라면 그 이름을 수의에 적어넣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지역 출신인 영상 기자(그의 안전을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19개월에 걸친 전쟁과, 다시 거세진 이스라엘의 공세 속에서 병원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생존자들의 비통한 울음을 들어왔다.

존중하는 마음에 주민들로부터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촬영하긴 하지만 낮이고 밤이고 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그 또한 가자 지구 주민 중 한 사람으로, 다 함께 이 숨 막히는 지옥 같은 현실에 갇혀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동료는 생후 5개월 된 여아 시와르 아슈르를 찾으러 떠난다고 했다. 이달 초 칸 유니스 소재 나세르 병원 현장을 촬영할 당시 시와르를 처음 만났던 그는 극도로 쇠약해진 아기의 작은 몸과 지친 듯한 울음소리에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당시 시와르의 몸무게는 2kg이 조금 넘는 상태였다. 생후 5개월 된 여아의 몸무게는 보통 6kg을 넘겨야 한다.

영양실조에 걸린 듯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
BBC
시와르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한다

이후 동료는 시와르가 퇴원 후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주저앉은 민가와 천과 철판을 엮어 만든 임시 천막으로 가득한 거리로 나섰다. 절대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시와르를 찾고자 계속 거리를 헤맸다.

며칠 전 잘 지내는지 묻는 내 메시지에 그는 "잘 지내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얼마 전 이스라엘 군이 칸 유니스 대부분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에겐 갈 곳이 없어요."

"(가자 지구 남부) 알 마와시 지역은 이미 피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이 순간 과연 무엇이 옳은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한편 그는 방 한 칸짜리 허름한 판잣집에서 마침내 시와르를 찾아냈다. 회색과 검정의 꽃무늬 커튼으로 출입구임을 표시한 집 안에는 매트리스 3개와 부서진 서랍장, 거울이 전부였다. 거울에 반사된 햇빛이 시와르와 어머니 나즈와(23), 할머니 림 앞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시와르를 돌보고 있는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
BBC
시와르의 어머니인 나즈와와 할머니인 림 모두 생필품이 부족해 힘겹게 지내고 있다

시와르는 조용히, 어머니와 할머니의 보호 아래 지내고 있었다.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일반 분유를 먹일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전쟁과 이스라엘의 구호물자 차단으로 인해 시와르에게 필요한 분유를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즈와는 나세르 소재 병원에 입원 후 딸의 상태는 호전되었고, 며칠 전 의료진은 분유 한 캔을 주고 퇴원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부터 시와르의 몸무게는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의사들이 제게 딸의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했으나, 제 생각에 여전히 시와르는 너무 말랐고 그리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료진은 저희에게 분유 한 캔밖에 줄 수 없었고, 그조차도 이제 바닥을 보입니다."

시와르의 얼굴 앞에서는 파리들이 춤을 추듯 날아다녔다.

나즈와는 "참담한 상황"이라면서 "벌레들이 딸에게 자꾸 달려드는 바람에 스카프로 덮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태어난 시와르는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전쟁의 소리 속에 살아왔다.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각종 포탄과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 총성, 머리 위를 떠도는 위윙거리는 이스라엘의 드론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나즈와는 "딸은 마치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탱크, 전투기, 로켓포 소리는 정말 크고 너무나도 가까이서 들립니다. 이런 소리가 날 때면 시와르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립니다. 잠에서 깨 울기도 합니다."

가자 지구의 의료진들은 영양 부족으로 인해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 및 깨끗한 식수이다.

나즈와 또한 출산 당시 영양실조인 상태였다. 나즈와와 림은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눈을 뜨는 매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다.

"우리는 분유도, 기저귀도 살 수 없습니다. 가격도 너무 비싸고, 봉쇄되었으니까요."

지난 22일 COGAT(이스라엘 국방부의 팔레스타인 업무 조직)은 가자 지구에는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근 며칠 동안 "상당한 양의 이유식 및 제빵용 밀가루"가 가자 지구에 반입되었다는 것이다.

빈 그릇을 들고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의 모습
BBC
구호 단체들은 가자 지구 내 식량 부족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OGAT 측은 하마스가 구호물자를 훔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궤멸되고 가자 지구에 억류된 자국 인질들이 전부 풀려날 때까지 전쟁은 이어질 것이라 말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공격 당시 하마스에 납치된 후 지금껏 억류된 인질 중 생존자는 20명으로 추정되며, 나머지 30명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구호 기관, UN은 물론 영국과 같은 정부들은 식량 부족 사태는 없다는 COGAT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가자 지구의 "굶주린" 사람들에 대해 발언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로의 반입을 허용한 구호물자의 양은 "티스푼" 정도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연료, 주거지, 요리용 가스, 식수 정화 장비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채 "이 잔혹한 분쟁 중 가장 잔혹한 시기"를 견디고 있다고 표현했다.

UN에 따르면 현재 가자 지구의 80%가 이스라엘의 군사화 지역이거나, 주민들에게 퇴거 명령이 내려진 지역이다.

이번 전쟁을 치르며 수많은 우려와 규탄, 부인과 부정의 주장이 반복되었고, 전환점처럼 보였던 순간들도 여럿 스쳐 지나갔다.

오직 변하지 않은 것은 나즈와와 시와르 모녀와 같은 가자 지구의 210만 주민이 겪고 있는 고통뿐이다.

나즈와는 "미래나 과거 같은 건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 그리고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추가 보도: 말락 하수네, 앨리스 도야드, 닉 밀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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