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빈 계룡문고와 이용시간을 알리고 있고 있는 안내문. 이주빈 기자
‘당신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것은, 특히 불행한 시기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다른 세계를 넣고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이 글귀는 작가 오르한 파묵의 ‘다른 색들’의 일부분으로 근 30년간 대전을 대표하는 향토서점으로 사랑받았던 계룡문고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지난해 9월 문을 닫은 계룡문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곳엔 이제 고요함과 쓸쓸함만 가득하다. 책이 가득 채워졌던 곳은 텅 비어있고 그 자리에는 ‘(구) 계룡문고는 24년 9월 27일 영업종료(폐점) 하였으며 통로 개방은 8시부터 19시(월~금)입니다’라는 안내문이 차지하고 있다.
계룡문고는 1996년 중구 은행동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2007년 선화동으로 자리를 옮겨 명맥을 이어왔다. 학생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 작가 초청 북콘서트를 비롯해 문화행사를 수시로 여는 등 지역민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2022년 독서문화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대형서점의 공세, 원도심 공동화 현상 심화, 코로나19, 대전 테크노파크의 임대료·관리비 인상 등 복합적 문제 속에서 2022년 하반기 폐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시민에 의한 ‘시민서점’으로 거듭나고자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악화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9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랜 시간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은 계룡문고의 폐점 소식은 지역민들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쓸씀함이 가득한 계룡문고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내리쬈다. 지난 22일 제13회 시구정책조정간담회에서 계룡문고 자리에 시 어린이도서관을 조성해 달라는 중구의 건의가 논의됐다. 중구는 유휴시설로 남은 계룡문고 자리가 어린이도서관으로 탈바꿈한다면 지역 문화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선화동과 목동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어린이 인구 비율이 늘어났지만 현재 아동과 그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계룡문고의 상징성과 더불어 접근성이 좋아 아동과 가족뿐만 아니라 대전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책을 읽으면서 쉬고 대기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립 도서관인 문창도서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서관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시립 도서관인 한밭도서관이 있지만 원도심에서 멀어 원도심 내 시립 도서관이 있으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제안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는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에서 따로 구상된 내용은 없고 중구에서 의견만 낸 것”이라며 “현재 관내 건립 중인 도서관이 많아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계룡문고였음을 알리는 벽면. 이주빈 기자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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