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이 이란 출신 감독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의 작품 ‘It Was Just an Accident’에 돌아갔다.
24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 줄리엣 비노쉬는 해당 작품에 대해 “영화적 완성도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갖춘, 진정한 예술의 경지”라고 극찬하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내 표현의 자유 억압과 정치적 탄압을 줄곧 비판해온 인물로, 2010년부터 20년간 영화 제작과 해외 출국 금지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몰래 촬영한 영화 ‘This is Not a Film’(2011) 등을 통해 국제 영화계의 지속적 주목을 받았고,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그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자리에서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It Was Just an Accident’는 무고한 청년이 정치적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통해 체제의 모순을 강렬하게 고발한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수상을 ‘영화의 정치적 저항 가능성에 대한 승리’로 해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칸은 다시 한 번 예술이 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파나히의 수상은 단순한 감독의 복귀가 아니라, 검열과 억압에 대한 전 세계적 연대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내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이어졌다. 개혁 성향의 시민 단체들은 SNS를 통해 “이란인의 목소리를 대변해줘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긴 반면, 보수 언론들은 “서구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수상”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파나히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빼앗긴 모든 이들의 것”이라며 “이란에서도 언젠가 자유롭게 영화를 찍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파나히 감독의 작품은 한국 영화제에서도 자주 소개돼 왔고, 사회 참여적 메시지를 담은 아트필름을 선호하는 국내 관객층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넷플릭스, 왓챠 등 국내 OTT에서는 해당 작품의 판권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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