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석주원 기자] 한때 IT 기술 혁신을 선도했던 애플이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지면서 향후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는 내달 9일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앞둔 애플이 여전히 AI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내부에 있다는 분석 보도를 지난 19일 내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의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 부사장이 과거 AI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내부에서 AI에 대한 개발이 늦어졌고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는 개발 여건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애플은 2010년 시리(Siri)를 인수할 때부터 AI에 관심이 있었지만 내부에서 AI를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았을 때도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투자 대비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AI 개발을 위한 GPU 구입에도 소극적이었고 본격적으로 AI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GPU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애플 관계자는 1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AI 분야에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블룸버그는 이 의견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애플의 AI 개발자들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고객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AI 학습 데이터를 외부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해 6월 WWDC에서 자체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다양한 기능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애플 인텔리전스는 제대로 된 기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능들이 내년에나 완성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허위·과장 광고 논란에도 휩싸였다.
다음달 9~13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올해 WWDC에서 애플은 외부 개발자들을 위한 애플 인텔리전스 SDK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AI 기능 개발에 시간이 걸리면서 외부 개발을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애플 인텔리전스의 개선 사항이 공개될 것인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애플의 위기 조짐은 AI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애플은 자체 소프트웨어 유통망 앱스토어와 관련해 세계 각지에서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독점 논란은 2020년 8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외부 결제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퇴출되면서 시작됐다.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제공하는 애플과 구글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를 구매할 때 OS에서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으로 소송을 걸었다. 미국 법원은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애플이 외부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그동안 누려왔던 앱마켓의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됐다. 애플은 현재 이와 관련해 항소를 준비 중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에 대응하기 위해 제3자 앱마켓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 법무부가 16개 주와 함께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도 애플과 구글의 독점 행위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출시한 VR 기기 ‘애플비전프로’의 성적도 좋지 않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공간 컴퓨터로 정의하면서 기존의 메타버스 기기들과 차별화를 선언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애플은 비전프로 출시 초기에 1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가 40만 대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판매는 그보다도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ARS인사이더는 지난해 비전프로의 판매량을 22만4000대로 집계했으며 올해 초에는 비전프로의 생산을 중단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비전프로의 실패 요인으로는 499만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과 콘텐츠의 부족 등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26일 애플 주가는 260달러를 찍으며 시가총액 3조9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최초로 시가총액 4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5월 23일 기준 애플 주가는 195달러로 시가총액은 3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애플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지만 AI 등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3조3500만달러, 엔비디아는 3조2000억달러로 애플을 앞섰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애플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휴대전화인 데다 관세 문제는 애플만의 위기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목표 주가는 240달러에서 최대 270달러까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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