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얘들아, 토트넘이잖아. (Lads, it’s Tottenham.)” 한때 조롱처럼 쓰이던 이 문장이 이제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17년 만에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이 승리는 단순한 트로피 획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팀을, 클럽을, 심지어 팬들의 정체성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변화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토트넘 홋스퍼이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룬 뒤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애덤 베이트 기자는 믿음을 갖게 된 토트넘이 앞으로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빌바오의 밤, 그리고 진짜 감정
결승전 종료 후, 산 마메스 스타디움은 일종의 해방의 공간이 되었다. 브레넌 존슨이 웨일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페드로 포로는 상의를 벗고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달려갔다. 손흥민은 그대로 잔디 위에 주저앉았고, 도미닉 솔란키가 그를 일으키려 애썼다. 제임스 매디슨은 군중을 지휘했고, 데얀 쿨루셉스키는 목발을 들고 흔들었다.
마지막 휘슬이 울린 지 90분이 지난 후에도, 손흥민은 여전히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그는 토트넘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고, 마침내 보여줄 무언가를 얻게 된 선수였다. 17년간의 공허한 기다림, 수많은 감독 교체, 불발된 도전들 끝에 드디어 진짜 승리의 순간이 찾아왔다.
포스테코글루, “우린 이겼어. 난 승자야.”
경기력만 보자면 이 결승전은 '명승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승부의 무게였다. 기존의 토트넘은 위기에서 무너지는 팀, ‘Spursy’라는 조롱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날의 토트넘은 달랐다. 21패를 기록한 프리미어리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클린시트를 지켜냈다.
비스수마는 고의적인 지연 플레이로 경고를 받았고, 우도기도 시간을 끌었으며, 벤탄쿠르는 골키퍼 비카리오에게 더욱 천천히 하라고 지시했다. 리샬리송은 거칠게 싸웠고, 로메로는 해리 매과이어를 완전히 묶었다. '이기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이 경기는 토트넘이 변했음을, 혹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증거였다.
포스테코글루는 경기 후, “난 승자야, 친구.”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 내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짓고 있는 중이다." 그가 이렇게 말할 자격은 충분해졌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실체를 가질 때
흥미롭게도 이날 그라운드를 밟은 15명의 선수 중, 손흥민만이 28세 이상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고, 커리어는 이제 막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는 토트넘이 ‘한 방’이 아니라 ‘시작점’을 가진 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결승전에서 포스테코글루가 투입한 수비진은 지난 6개월간 한 번도 리그 경기에 함께 나서지 못했던 조합이다. 부상으로 인한 어려움, 전력 누수가 심각했던 팀이었지만, 결승전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조직력과 의지가 오히려 빛났다.
경기 후 선수들의 포옹, 눈물, 인터뷰 속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골키퍼 비카리오와 수비수 단소는 "감독님을 위해서 싸웠다"고 말했다. 빌바오에서 무언가가 단단히 만들어졌고, 선수들은 이 경험을 다시 함께하고 싶어졌다.
유로파 우승 그 이상, 새로운 서사의 시작
이번 승리는 토트넘의 과거를 정리하는 동시에, 미래를 여는 문이기도 하다. 이 팀은 이제 UEFA 슈퍼컵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과 격돌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 토트넘은 오랜만에 유럽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한다. 그 무대는 더 큰 선수, 더 큰 자금, 더 큰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때 “이제 포스테코글루의 유효기간도 끝났다”는 냉소가 있었지만, 이제 그는 클럽의 중심 건축가로 자신을 증명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 역시 그를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용한 확신 속에서 포스테코글루는 주먹을 불끈 쥐고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과거의 포체티노, 무리뉴, 콘테도 이루지 못한 것을 그가 해냈다. 수많은 철학적 리셋, 약속만 남은 시즌들이 지나고, 희망이 사라질 무렵 진짜 승리가 찾아왔다.
“얘들다, 토트넘이다. (Lads, it’s Tottenham.)” 이제 이 말은 다른 의미로 쓰일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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