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아직까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여러차례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거론해 온 만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한미군이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열흘 가량 남은 대선에서 메인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WSJ "트럼프 정부, 주한미군 4500명 철수 검토"
국방부 "한미 간 논의 전혀 없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이하 현지시간) 국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약 2만8천500명 가운데 약 15%를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런 구상은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진지하게 고려할 경우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은 발표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국방부도 23일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론 배경은? 중국견제 북핵협상 방위비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론은 트럼프 2기 출범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려은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주한미군을 포함한 외국 주둔 미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관련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고 밝힌 뒤 주한미군이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면서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지난 1기 재임 시절에도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대북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거론됐다. 다만 당시에는 참모진의 반대 등으로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WSJ 보도를 통해 다시 주한미군 감축론이 나온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미국의 방위 전략의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중국 견제, 특히 중국의 대만 공격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대만과 가까운 괌으로 주한 미군 일부를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러시아나 북한, 이란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의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에 맞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작년 10월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한국은 방위비(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협상을 위한 카드를 일부 공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먼저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태여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반도를 관할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새무얼 퍼파로 사령관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대북 억제력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할 역량이 약화한다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김문수 "주한미군 감축 우려" "이재명 '美점령군' 사과·입장 밝혀라"
주한미군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일부 병력이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는 것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에 이번 사안은 대선 정국의 메인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장,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국민의힘은 안보 이슈를 앞세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공세를 펴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미동맹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라"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는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며 폄훼한 바 있고,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행위'라고 매도한 적도 있다"며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과거 점령군 발언을 사과하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전망이 퍼지고 있다"면서 "저는 앞으로도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 △한미 핵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 △나토식 핵 공유 등 실질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욱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명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는 단순한 병력 조정이 아닌, 대한민국 안보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이 엄중한 시점에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후보의 '위험천만한 안보관'"이라며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는 과거 '해방 직후 미군은 실체가 점령군'이라며 한미동맹의 기반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인식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이런 후보가 대한민국 국군최고통수권자가 되면 대한민국의 안보 불안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냐"며 "이 후보의 '셰셰' 한 마디면 된다는 태도, 과거 '미군은 점령군'이었다는 인식, 그리고 동맹에 대한 끝없는 의심.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후보는 앞서 지난 19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막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주한미군이 혹시 감축되면 어떻게 하냐, 줄어서 빠져나가면 어떻게 하냐 걱정이 하나 있다"며 "주한미군이 잘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우리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저는 일정하게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국방부가 공식 부인했기 때문에 추정보도가 아닌가 싶다"면서 "민주당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이어가겠다.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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