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이것만 보라고 했죠'...30대 여성 CEO들이 전달한 책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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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 이것만 보라고 했죠'...30대 여성 CEO들이 전달한 책의 정체는

BBC News 코리아 2025-05-22 19:26: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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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 한 열흘 전에 족집게 모의고사 보듯이, 우리가 짚어줄 수 있으니까 이것만 보라는 의미에서 '표심의 정석'이에요." (박진영 어피티 대표)

2030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과 어피티, 뉴웨이즈의 대표들이 모였다. 오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2030 표심의 정석'을 펴내기 위해서다.

한때 수능 시험 필독서로 여겨지던 한 수학 개념서를 떠오르게 하는 '표심의 정석'은 젊은 세대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주요 해결과제(저출생·고령화·지방소멸·주거난·일자리 위기·기후 위기)에 대한 해답을 묻고, 그 답변을 엮은 자료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표심의 정석을 펴낸 것은 세 미디어의 구독자들이다. 구독자 총 240만 명을 중심으로, 지난 15일 기준 6910명의 답변이 모였다.

세 명의 대표는 응답자들의 답변을 분석해 2030세대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와 그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불안을 정리했다. 이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해 유의미한 답변을 받아오는 것까지가 그들의 계획이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기획하게 됐고, 약 7000개의 응답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을까? BBC 코리아가 지난 16일 이들을 만나봤다.

'청년' 포장지는 사양합니다

대표들의 첫 마디는 "사실 '청년'이라는 말조차 지겹다"였다. 정치권에서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논의를 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다수는 "청년을 대상화한" 지겨운 논의의 반복이고, 청년층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정치권이 항상 청년 정책을 쏟아붓지만 정작 청년들은 정책 효능감을 못 느낀다"라면서 "'우리한테 와닿는 문제 해결 우선순위는 이런 거야'라고 보여주기 위해" 표심의 정석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저희 세 명 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이고, 스타트업에서 너무 당연한 진리는 문제 정의를 똑바로 못 했는데 솔루션이 잘 나올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그냥 (청년 목소리를) 듣는다고 문제 정의가 되는 건 아니"라며 "(그동안 정치권은) 파편화된 문제 정의 속에서 파편화된 솔루션을 찾고, 이를 공통된 사회 구조적 솔루션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는 정치가 낭비하는 시간에 대해 이제는 신물이 난 것 같아요. 지금 너무 시간 없는데, 왜 아직도 자꾸 헛발질인지…"

표심의 정석 설문지는 주요 해결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6개의 객관식 문항과 '기성세대는 원인을 모르는 문제들'(결혼 기피·중소기업 비선호 등)에 대한 4개의 주관식 문항으로 구성됐다.

대표들도 이렇게 많은 응답이 모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박진영 어피티 대표는 "마음껏 써보시라고 했더니, 진짜 한 바닥을 쓰시더라"라며 웃었다. "응답 결과가 담긴 엑셀 파일을 여는데 컴퓨터가 다운될 정도였어요…그럴 정도로 할 말이 많았던 거예요."

박혜민(좌), 김소연(중간), 박진영(우)
최유진/BBC코리아
박혜민(왼쪽)·김소연·박진영(오른쪽) 씨가 정치인 인터뷰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얻은 응답은 흔히 논의되는 청년 정책과는 차이가 있었을까.

박진영 대표는 "제일 신기했던 건 일자리와 저출생·고령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30 응답자가 가장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라 생각한 건 노동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연화시켜야 한다는 쪽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청년들도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시대 변화에 맞춰 안정적 근로가 가능한 노동 유연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 4일제와 유연근무, 사회보험 재편 등의 논의가 여기에 포함된다.

박혜민 대표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청년 문제의 해결법은 "단기적으로 무언가를 지원하는 등 나한테 딱 맞춘 사탕을 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만 나의 계층이나 계급이 달라도 그 토대 위에서 내 선호와 주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여러 답변에서) 일관된 공통점으로 나타나는 게 굉장히 놀라웠어요."

'여성'의 대상화

표심의 정석은 여성만을 겨냥한 질문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지는 않지만, 여성이 주 응답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응답자의 70퍼센트 이상은 직장인 여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혼 여성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이들은 여성도 청년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대상화'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대표는 "저희도 다 30대 여성, 정부에서 얘기하는 '가임기 여성'"에 해당한다며 웃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내 일이고, 내 몸 상하는 일인데 다들 똑같이 출산율이 문제고, '저출생'이 아니라 '저출산'이 맞고…(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걸 들으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이 완전히 대상화가 돼 있는 거예요. 솔직하게 말하면 기분이 나쁘죠."

세 대표는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개인적인 이유로 '커리어'를 공통으로 꼽았다. 김소연 대표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출산이나 육아 계획에 대해 집요하게 따지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그건 당연히 당신이 할 테고, 그건 이 회사의 명맥을 끊겠지'라는 전제가 깔린 질문인 거예요. (여성 창업자들이) 그런 식으로 보여지고 있고, 저도 (그런 분위기를) 은연중에 느끼고 있기 때문에…글쎄요, 저는 (결혼이나 출산보다) 지금 이 좋은 커리어를 잘 키워나가고 싶은 생각이 좀 큰 것 같습니다."

해결책은?

박진영 대표는 '쉬었음' 청년이 사교육과 경쟁 심화, 고용 불안 등 젊은층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청년 문제 해결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쉬었음' 청년이란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쉬고 있다'라고 응답한 청년을 뜻한다. 통계청은 지난 1월 15~29세 청년 중 쉬었음 인구가 50만4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쉬었음' 청년 인구가 50만 명을 넘은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세 대표는 표심의 정석 조사에서 청년들이 '쉬었음' 상태가 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은 결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절망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함 △노동시장 양극화에 절망 △경력직 선호와 스펙 쌓기에 지침 △너무 길고 심한 경쟁으로 인한 번아웃 △구직 과정에서의 심리적 소모 등 크게 6가지 이유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표심의 정석이 내린 결론은 "청년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으려면 실패해도 돌아올 수 있는 구조, 그리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여백과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박혜민 대표는 더 많은 젊은 정치인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마치 기회를 주듯이 자리를 내어줄 일이 아니라, 세대 교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할 때 '너희들의 논의 자리를 이만큼 마련해줄게'라고 하는데, 그건 원래 당연히 미래 세대가 같이 얘기해야 되는 거잖아요. 이걸 엄청난 특혜처럼 이야기하는 이 구조가 굉장히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국회의원 300명 중 만 40세 미만은 14명으로 구성 비중이 4.7%다. 지난해 말 기준 18~39세 유권자 비율이 약 30%에 비하면 과소 대표 된 셈이다.

"'청년 정책'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지속성 정책이라고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청년이 사회적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그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거니까요."

추가 취재: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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