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북유럽에는 바이킹의 술로 알려진 '미드'(Mead)라는 전통주가 있다. 고대에 만들어졌고 중세 시대부터 유럽 전역에 널리 퍼졌고 신성한 술로 여겨지기도 했다.
벌꿀 술, 꿀술이라고도 하며 꿀을 물에 섞어 발효시킨 술로 알코올 도수는 보통 6∼14도다.
바이킹 시대에 신혼부부는 결혼 후 한 달 동안 매일 미드를 마셔야 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건강한 아이를 갖게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이 기간을 '결혼의 달'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오늘날 '허니문'(Honeymoon)의 어원이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의 한 기록에는 '토르게르와 아스게르는 결혼 후 한 달 동안 매일 밤 특별히 준비된 미드를 마셨다. 그들은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 미드의 힘을 찬양했다.'라고 쓰여있다.
그 외 허니문의 유래로 보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중세 유럽 때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낸 뒤, 신랑이 신부에게 꿀을 먹여주었다는 이야기다. 꿀을 준 이유는 신부의 순결을 상징하는 것을 나타내는 행위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꿀은 신혼부부에게 행운과 행복을 주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도 미드와 비슷한 의미로 신혼부부가 결혼식 날 마시는 술이 있었다. '합환주'(合歡酒)라는 술이다.
우리나라 전통혼례의 한 과정인 합근례(신랑과 신부가 서로 술잔을 주고받는 일)에서 신랑과 신부는 서로 잔을 바꿔 마시며 혼인 서약을 하고 백년해로할 것을 다짐한다. 이때 마시는 술이다.
수모(수식모<首飾母>의 준말로 전통 혼례의 신부 도우미)가 술을 표주박에 떠서 신부에게 주면, 신부는 입에만 살짝 대고 대반(신랑 도우미)을 통해 신랑에게 넘긴다. 다음으로 대반이 술을 떠서 신랑에게 주면, 신랑이 입에만 살짝 대고 수모를 통해 신부에게 넘긴다. 신부는 입에 살짝 대고 내려놓는다.
다음에 이어지는 세 번째 잔은 합환주라 하여 서로 한 쌍의 표주박 잔을 교환해 마시는데, 이때는 진짜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마시고 나서 안주를 먹으면 합근지례가 마무리된다.
한 쌍의 표주박 잔은 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반으로 쪼개서 만든 것이다. 표주박 잔의 다른 짝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신랑과 신부가 표주박 잔에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배우자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표주박 잔은 아래쪽이 둥글기 때문에 바닥에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합근례 때 합환주 잔을 올려놓는 합환주상(合歡酒床)이 또 생겨났다. 이 상은 주로 피나무나 은행나무로 만들었고 그 모양은 상 위에 지름 6.5㎝ 안팎의 두 구멍을 나란히 뚫어, 둥근 표주박이 넘어지지 않게 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합환주를 빚을 때는 자귀나무꽃을 사용한다. 합환주는 전통 혼례에서 신랑·신부가 나눠 마심으로써 두 사람이 하나 됨을 상징하고 혼례식이 성사됨을 알리기도 했고 또 첫날 밤 신랑·신부는 혼례식의 피곤함과 처음 대하는 부부의 감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귀나무꽃으로 담근 합환주를 마셨다.
마른 자귀 꽃으로는 차를 끓여 마셨다. 좋은 향과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차로 많이 음용했다. 오래전 우리 선조는 남자를 일찍 귀가시키기 위해서 자귀 꽃을 말려 베개 속에다 넣어두었다. 남편이 이 향기에 취해 귀가 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흔히 잎들이 밤만 되면 스스로 돌아온다고 해서 `자귀'라는 설이 있고, 나무 깎는 연장의 하나인 자귀의 손잡이인 자귀대를 만들던 나무란 뜻으로 자귀나무가 됐다고도 한다.
부부의 금실을 좋게 하는 의미로 자귀나무를 신혼부부의 침실 앞에 심기도 했다. 붉은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꽃과 저녁마다 서로 맞붙어 잠을 자는 잎들의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을 합환목(合歡木),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애정목(愛情木)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국의 한나라와 진나라 때는 궁궐에도 자귀나무를 심었다. 남녀 간의 사랑을 상징하고 분노를 풀어준다는 약효 때문이다.
사실 결혼식 때 표주박 잔에 합환주를 마시는 것은 중국의 혼례문화에도 있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게 아닌가 추측한다.
결혼식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많은 커플이 평생의 행복을 바라며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혼인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고 백년해로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같은 마음이다.
그런 바람이 중세 유럽에서는 미드로, 우리나라에서는 합환주로 반영돼 부부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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