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대전] 김희준 기자= 거스 포옛 감독이 주장 박진섭을 얼마나 신뢰하는지가 이번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지난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16강전을 치른 전북현대가 대전하나시티즌에 3-2로 이겼다.
이날 전북은 직전 리그 경기와 비교해 6명을 바꾸며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티아고, 에르난데스, 진태호, 이영재, 강상윤, 박진섭, 김하준, 김영빈, 연제운, 김태현, 송범근이 선발로 나섰다. 공격진 3인은 전원 로테이션을 한 반면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은 일부만 바꾸는 전략으로 안정감을 도모했다.
그중에서도 박진섭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박진섭은 이번 시즌 초반 센터백을 맡다가 홍정호가 포옛 감독 체제에서 자리잡은 뒤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다. 지금까지 김태환, 송범근과 함께 전북에서 리그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한 3명 중 하나다. 이 중 김태환은 이번 경기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고, 송범근은 골키퍼라는 특수한 포지션이다. 즉 포옛 감독은 박진섭을 전북의 척추로 판단해 코리아컵에서도 변함없이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박진섭은 포옛 감독의 믿음을 입증하듯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등대 역할을 하며 후방 빌드업 시에는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도움을 주고, 수비 대형을 갖출 때도 박진섭이 중심을 잡았다. 전북이 수비 상황에서 전체 라인을 높이고 내릴 때는 언제나 박진섭의 지시가 선행됐다.
박진섭은 세트피스 공격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182cm로 신장이 크진 않지만 좋은 위치선정과 수비와 경합을 이겨낼 수 있는 피지컬로 상대 골문에 위협을 가했다. 후반 10분에는 이영재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낙하지점을 잘 파악해 머리와 어깨를 들이밀어 상대 수비와 몸싸움에서 승리를 거둬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전북은 후반 31분 3골 차로 점수가 벌어지자 박진섭을 빼고 한국영을 넣었다. 그런데 2분 뒤 에르난데스가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빠졌고, 후반 막판 내리 2실점을 했다. 박진섭에게 휴식을 준 건 긍정적인 일이었으나 수적 열세 상황에서 박진섭이 누구보다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교체 타이밍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
포옛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박진섭을 칭찬했다. “박진섭은 모든 경기 많이 뛰어주고 있다. 최근에 많이 뛰어 휴식을 줄까 생각했는데 경기 전 몸 상태에 대해 얘기해보니 괜찮다고 해서 선발로 뛰게 했다. 나중에 박진섭에게 휴식도 줄 수 있어 기뻤다”라며 박진섭의 정신력과 팀 내 기여도에 박수를 보냈다.
박진섭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계속된 선발로 지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경기 뛰는 건 당연한 게 아니다. 감독님이 선택을 해주셔야 뛸 수 있다. 계속 나를 믿고 선발로 선택해주시는 거니까 그에 따른 보답을 해야 한다. 지친다는 생각은 안 한다”라며 훌륭한 태도를 보였다.
박진섭은 전북 이적 후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센터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서 원숙한 활약과 리더십으로 전북의 11경기 무패(8승 3무)를 이끌었다. 포옛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박진섭의 능력에 깊은 신뢰를 보여 이번 경기에서도 그를 선발로 세웠고, 박진섭은 경기력과 득점으로 이에 보답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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