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이번 달 대기업 중고차 판매 제한 해제로 인해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렌터카, 모빌리티 기업들이 잇따라 중고차 시장과 카셰어링 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신차 사업과 더불어 ‘이용 중심’ 패러다임이 빠르게 확산되는 변화의 중심에 들어선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골목상권’ 침해 우려로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이 제한됐으나, 소비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기업 진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KGM, 르노코리아, 렌터카 업체 롯데렌탈 등도 발 빠르게 시장 선점을 위해 진출을 시작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고품질 인증 중고차 브랜드를 통해 기존 신차 고객뿐 아니라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는 실속형 소비자까지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특히 차량 상태 점검, 사고 이력 확인, 보증 수리 확대 등 차별화된 품질 보증 정책으로 소비자 신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판매 및 매입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롯데렌탈은 최근 중고차 브랜드 T카(TCar) 브랜드를 공개하고 자사의 장기렌터카 반납 차량을 기반으로 한 중고차 B2C 소매 시장 진출을 알렸다. 롯데렌탈은 자사 렌터카 브랜드인 롯데렌터카가 직접 관리한다. 여러 고객들이 사용한 단기 렌터카 차량은 제외하고 기업 임원이나 관리자가 사용한 장기렌터카 차량을 중심으로 공급한다. 법정 성능검사, 보험 이력, 신차 구매 시점 등 관리 이력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주력 판매 차량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연식 3~4년차 현대차·기아 차종이다. 이 외에 KGM 등도 인증 중고차 시장 진입을 공식화하며 치열한 시장 경쟁을 예고했다.
동시에 자동차 이용 형태의 급속한 변화도 제조사들의 새 먹거리를 향한 기대감을 높인다.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카셰어링 서비스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사이, 짧은 기간 차량을 필요로 하는 개인 및 기업 고객층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카셰어링 플랫폼 기업들과 완성차 업체 간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쏘카와 협력, 자사의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기술을 접목한 카셰어링 서비스 비전을 밝혔다. 쏘카가 자체 개발한 STS(SOCAR Telematics system) 및 회원 데이터를 현대차 SDV 운영체제 ‘플레오스’와 연동, 차량 내 소프트웨어를 통해 운전자 맞춤형 환경을 자동으로 제공하며, 차량 상태 모니터링, 상황별 맞춤형 추천 기능 등이 도입될 계획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전환으로 분석한다. 과거 소유 중심의 소비 패턴이 점차 ‘필요할 때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다른 형태의 중고차 시장이나 차량 구독 서비스 등 새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급격한 시장 변화에 따른 법·제도적 대응과 기술·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고차 시장의 경우 거래 투명성 확보,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이 필수적이다. 카셰어링 서비스 확대에 따른 교통 인프라, 보안 시스템, 보험 체계 등 다양한 기반 시설과 규제가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및 모빌리티 시장 진출은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권과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면서도 “참여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객 신뢰 확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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