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들썩이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매물이 대거 회수되면서 거래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규제 완화 기대감에 따라 일시적인 거래 활성화가 나타났지만, 최근 다시 '숨 고르기'로 돌아선 모습이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매물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은 9만2877건에서 8만3697건으로 9.9% 감소했지만, 강남3구와 용산구는 이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매물 감소율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같은 기간 동안 아파트 매물이 7733건에서 5607건으로 27.5%나 줄었고, 송파구는 6858건에서 5130건으로 25.2% 감소했다. 용산구는 23.1%, 강남구는 18.4% 줄며 전반적인 매물 회수세를 이끌었다. 특히 이들 지역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물 회수 현상의 핵심 배경으로 ‘토지거래허가제’의 영향을 꼽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을 매수할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 목적의 수요자나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사실상 매각이 어렵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기간에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거래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하에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도 매물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향방이 차기 정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많은 집주인들이 "지금 굳이 팔 이유가 없다"며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는 9월까지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가 이를 연장하거나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량도 급감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월 9856건으로 증가했지만, 4월에는 4200건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강남구는 62건, 서초구는 13건, 송파구는 80건, 용산구는 18건에 불과해, 거래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매물이 줄어 거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끔 전고가 수준의 매물이 나오면 금세 팔리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한두 달만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바뀌고 나서 나올 정책들을 본 뒤 움직이겠다는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많아, 당분간은 거래절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러한 거래 침체는 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과 규제 완화 전망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방향성을 잃고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책에 대한 명확한 신호가 없는 이상,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은 이 같은 '잠잠한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체기가 오히려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등했던 가격이 거래 정체로 인해 일정 기간 조정을 받는다면, 추후 정책 신호가 분명해졌을 때 보다 건강한 거래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9월까지 이어질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운명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향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집을 팔려는 이들도, 사려는 이들도 ‘지금은 아니’라는 공감대 속에, 서울 부동산 시장은 조용한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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