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의약품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해 “앞으로 2주 안에 모든 답변이 있을 것”이라며 발표 시점을 예고했다.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미국 당국이 착수한 가운데 의약품 관세 발표 시점이 임박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제약·바이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일 미국 백악관 및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미국 내 의약품 제조를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명령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제조시설 승인 기간 단축, 외국 제조시설 불시 점검 확대, EPA의 시설 건설 인허가 간소화 등이 담겼다.
앞서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의약품 수입에 대해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관세율은 25%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처방약뿐 아니라 자외선차단제처럼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일부 생활용품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정부·업계, ‘안보 위협 아냐’ 반대 의견 제출…지원체계 가동
이 같은 움직임에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6일 “한국산 의약품 수입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으며, 오히려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에 기여한다”는 내용의 반대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바이오헬스 분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세피해지원센터’를 가동하고 있으며, 의약품 품목별 관세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바이오협회도 같은 날 공식 의견서를 통해 “한국은 미국 의약품 공급망에 있어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이자 저렴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며 한국산 의약품은 관세 대상에서 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계, 재고 확보·현지 생산 전환 등 선제 대응
국내 제약사들도 이번 조치에 대비해 생산 거점의 다변화와 재고 확보에 나서며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 내 약 15개월 분의 재고를 확보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의 수요도 대응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위탁생산(CMO) 업체와 완제의약품 생산 계약을 완료했으며, 추가 물량에 대비한 생산 협의도 마친 상태다.
셀트리온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는 “예비 검토를 끝낸 가운데 종합적인 내용들을 포괄한 상세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미국에 판매 중인 SK바이오팜 역시 현지 위탁생산처에 대한 FDA 승인 절차를 이미 마쳤으며, 최소 6개월 분량의 재고를 확보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웅제약과 휴젤 등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은 관세 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톡신은 필수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관세 부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톡신 관세 부과가 오히려 한국 기업의 미국 점유율 확보에 있어 ‘찬스’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해주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악화한다면 오히려 가격 경쟁력 있는 톡신을 선호하는 기조가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애브비의 ‘보톡스’, 갈더마의 ‘디스포트’ 등 미국 밖에서 생산되고 있는 고가의 톡신 제품 또한 관세 여파를 피할 수 없는 만큼 현재 미국 경기 체감을 고려할 때 중저가 한국 제품이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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