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 육군과 공군의 UH/HH-60 블랙호크 헬기에 대한 성능개량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헬기를 개발한 원제작사인 미국의 시코르스키가 사업에서 빠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사업 내용 중 하나인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블랙호크의 기술자료가 필요하지만, 이를 보유한 시코르스키가 제외되면서 사업 추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1조원 규모 사업 거머쥔 대한항공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UH/HH-60 성능개량사업’은 현재 육군과 공군이 특수작전용으로 운용 중인 블랙호크의 성능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운용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 이를 위해 총 9613억원을 들여 36대(육군 24대, 공군 12대)의 블랙호크에 대해 조종석 디지털화와 엔진·생존장비·통신장비 등 개량, 그리고 수명연장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사업비가 1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사업 수주를 놓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맞붙었다. 양사가 자사의 강점과 내로라하는 해외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수주전에 나선 것. 우선 대한항공은 1990년대 블랙호크를 국내에서 130대 이상 면허생산한 경험과 30년 넘게 창정비와 개량사업을 진행한 노하우, 그리고 이를 통한 풍부한 기술 데이터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항전체계, 전자전, 생존장비 등을 개발해 오고 있는 LIG넥스원과 미 육군 특수전용 헬기인 MH-60의 성능개량을 맡았던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한 안정적이고 검증된 기술을 강조했다.
KAI는 현재 육군이 운용 중인 수리온을 비롯해 다양한 파생형과 소형무장헬기(Light Armed Helicopter, LAH) 개발 경험을 통해 확보한 설계, 해석, 제작, 감항, 시험, 후속지원 등 성능개량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블랙호크에 관한 모든 기술자료를 보유한 시코르스키와 항공기 개조개발, 항전체계 전문기업인 이스라엘의 엘빗시스템즈, 그리고 항공기 생존, 통신, 전자광학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강조했다. 아울러 항공기의 비행안전을 보장하는 감항인증 역량과 전담 조직 운영, 체계개발 경험에서의 경쟁력도 함께 강조했다.
이 같은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며 진행된 양사 간 경쟁은 지난 4월 23일 방위사업청이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대한항공이 사업을 거머쥐었다.
◇ 변수로 떠오른 수명연장
그러나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뜻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감지된다. 업체 선정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가 시코르스키와 손잡은 KAI의 낙점을 점쳤기 때문이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수명연장을 뒤늦게 사업내용에 포함하면서 기술자료를 보유한 시코르스키의 참여가 중요한 요소로 떠올라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이 사업에는 수명연장 계획이 없었다. 방위사업청이 수명연장 없이 최초 설계된 수명까지만 기체를 운용한다는 계획이었던 것. 하지만 수명이 도래한 헬기에 많은 예산을 들여 성능개량하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명연장 계획을 추가한 것이다.
실제로 현재 운용 중인 블랙호크의 설계수명은 8000시간. 이를 기준으로 현재 육군이 보유한 기체는 4000~5000시간을 운용해 남아 있는 기체수명은 최소 3000시간이고, 공군이 보유 중인 기체는 7000~8000시간을 운용해 남은 기체수명이 최대 1000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일부 기체는 설계수명인 8000시간을 이미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체수명이 곧 도래하거나 이미 지난 기체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비행안전을 보장하는 감항인증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자료를 보유한 원제작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기체수명 연장 프로그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한항공 선정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양사가 강조한 창정비와 수명연장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창정비는 최초 설계된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기체를 보강하거나 교체하는 과정인 데 비해, 수명연장은 원제작사의 기술자료를 이용해 계획된 수명을 연장하는 과정이다.
작업 내용도 창정비는 교범 절차에 따라 기체 구조 보강과 교체 수준에서 이뤄지지만, 수명연장은 운용시간 평가를 비롯해 기체 분해 검사, 구조피로수명 분석, 기체구조 보강, 교체 키트 설계·적용 등 과정도 더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에 대해 시코르스키 측도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우리 군의 블랙호크에 맞춘 수명연장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