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러시아 소비자들의 중국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한동안 중국 브랜드가 장악해온 현지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 정부의 자동차 수입 규제도 강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의 재진출 움직임에 다시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9일 발간한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내 중국차 비중은 2024년 기준 전체 신차 수입의 약 80%에 달한다. 다만 소비자 신뢰는 그 수치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조사회사 아우토스타트가 2023년 9월 러시아 차주 약 5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7.6%는 “어떤 경우에도 중국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구매를 꺼리는 이유로는 ▲품질 부족(15.3%) ▲예비 부품 수급 문제(9.6%) ▲과도한 가격(17.8%) 등이 꼽혔다.
중국차에 대한 회의적 인식은 러시아 정부의 수입 규제 강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차량 등록 시 부과되는 재활용 수수료를 최대 85%까지 인상했고, 올해 1월에도 10~20%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이 수수료는 현지 생산 차량에는 환급되지만, 수입 차량에는 고스란히 적용돼 중국산 차량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병행수입 규제도 강화됐다. 2023년 10월부터는 러시아 내 공식 판매처가 있는 브랜드 차량의 병행수입을 금지하고, 중국 브랜드 차량에 대해서는 간소 인증 절차(ZOETS) 대신 정식 형식승인(OTTS)을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기존에 병행수입에 의존하던 중국 브랜드들은 수입 장벽 앞에서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다.
시장 분위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러시아 수출 자동차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같은 기간 러시아 내 중국 브랜드 차량 판매량은 17% 감소했다. 러시아 전체 신차 판매가 14% 감소한 것보다 더 큰 낙폭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복귀 가능성을 다시 부상시키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최근 러시아 특허청에 신규 상표를 잇따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 복귀 여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시장은 다시 한 번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본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러시아는 단순 수출 중심의 중국 전략에 제동을 거는 구조로 재편 중”이라며 “고비용·고규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 기반을 갖춘 글로벌 제조사만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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