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유다연 기자]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며 지존파와 자신을 비교했던 온보현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사망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174회는 광역수사대 창설의 계기가 되었던 가짜 택시 연쇄살인마 온보현 사건을 공개했다.
1994년 조직폭력배 지존파의 심문이 이뤄지던 서울 서초경찰서에 온보현이 나타났다. 그는 “내가 지존파보다 흉악하다. 그걸 비교하러 왔다”고 주장하며 범행일지가 담긴 수첩을 건넸다. 그곳에는 자신의 범행 날짜, 시간, 방법, 심지어 피해자 이름과 나이가 구체적으로 적혔다.
온보현은 당시 38세로 무려 전과 13범이었고 전국에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20대 여성 홍씨를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때 피해자는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고. 범행 후 온보현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은행에서 피해자 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했다.
홍씨 납치 전에는 40대 여성 김씨를 납치해 성폭행했는데 미리 김제의 한 야산에 구덩이를 파놓고 암매장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김씨가 가까스로 탈출하면서 온보현의 계획은 실패했다.
홍씨 실종 후 경북 김천의 한 고속도로에서 20대 중반 여성 배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결국 온보현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온보현은 택시를 훔친 후 범행에 이용했다. 그 탓에 경찰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범행 주기가 짧았다.
당시 형사로 근무하며 사건에 투입됐던 프로파일러 권일용 박사는 “온보현의 범죄 특징 중 하나는 이동성”이라며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함 때문에 증거가 드러난다 해도 경찰들이 추적할 수 없을 거라는 자기 확신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조형근 당시 용산경찰서 형사는 “어떤 의식을 치른 것처럼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온보현은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온보현은 자수 후 기자들에게 “오늘 신문에 제가 톱입니까, 지존파가 톱입니까”라고 물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그러나 전문가들은 온보현이 악마인 척 하는 건 포장일 뿐 경찰에 잡힐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수했다고 지적했다. 권 박사는 “겁이 없고 대범한 게 아니라 소심하고 사회 불만 감정 표현을 제대로 조절 못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기수 당시 서초경찰서 형사는 “지존파 사건이 크게 보도되니까 자신을 과시하려는 것이지 센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온보현은 변호인에게 선처를 호소할 필요 없다며 스스로 재판부에 사형을 요구했다. 결국 온보현은 사형 선고를 받고 지존파와 1994년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온보현 자수 후 경찰에서는 행정구역을 망라하는 광역수사대가 신설됐다. 당시 공조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성수 당시 김제경찰서 형사는 “더 빠른 시간에 전국적으로 공조 됐다면 피해자를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라며 “형사로서 책임감도 느껴지고 어깨가 무거웠다”고 밝혔다.
유다연 기자 ydy@tvreport.co.kr / 사진= SBS ‘꼬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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