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석주원 기자]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을 시작으로 최근에 출시한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과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에 이르기까지 국산 콘솔게임들이 해외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저력을 입증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성과는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게임산업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콘솔게임이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큰 과제를 남기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콘솔게임 시장의 확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23조원에 달하지만 이 중 콘솔게임의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게임 개발사들이 적극적으로 콘솔게임 개발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견인해줘야 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2023년 9월 나온 액션 RPG 'P의 거짓'은 출시 한 달여 만에 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네오위즈의 매출에 크게 기여했지만 정작 국내 매출 비중은 7%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출시한 중국의 AAA게임 ‘검은 신화: 오공’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기준 자국 이용자가 약 90%에 달했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시장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신작 콘솔게임에 대한 중국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수 시장의 지원을 받은 '검은 신화: 오공'은 2000만장 이상의 판매를 달성하며 중국 게임산업에 큰 족적을 남겼다.
중국처럼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이용자를 모을 수 없는 국내 게임 시장 여건에서 콘솔게임 시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도 게임 산업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IP(지식재산권) 밸류업을 통한 충성도 높은 이용자 계층 확보를 제시한다. 국내 콘솔게임 산업도 강력한 IP 확보를 통해 시장 활성화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
국내 게임 산업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권을 형성할 만큼 게임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만 특정 플랫폼과 장르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최근 3~4년 동안 성장세가 정체돼 왔다는 평가다. 따라서 콘솔게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게임사들로선 가치 높은 IP가 더 큰 성장을 위한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지난해 출시한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개발된 게임으로, 원작 팬들을 게임으로 유입시키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강력한 IP의 힘이 게임의 접근성을 높인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산 콘솔게임들은 대부분 기존 IP가 없는 완전 신작으로 출시됐다. 기존 IP의 도움 없이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은 고무적인 성과이긴 하지만 유명 IP를 기반으로 출시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예외적으로 '카잔'은 인기 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의 IP를 활용한 파생작으로 개발됐지만 원작과 차이가 나는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원작 팬들을 끌어오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콘솔게임 강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신작 발표만으로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강력한 IP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IP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국산 게임 산업의 역사도 30년을 넘어가면서 내수 시장으로 한정한다면 활용할 만한 IP를 충분히 발굴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넥슨이 가장 적극적으로 자체 IP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넥슨 이정헌 대표는 지난해 9월 도쿄에서 열린 자본시장설명회에서 프랜차이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존 IP의 확장과 신규 IP 발굴을 통해 서양 게임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넥슨의 대표 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는 카잔 외에도 다수의 파생작을 개발 중이며 MMORPG ‘마비노기’의 파생작인 ‘마비노기 영웅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비노기 영웅전 IP는 현재 콘솔용 신작인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를 개발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넥슨의 IP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은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 콘솔게임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오랜 시간 서비스 해 오며 가치를 쌓아 온 좋은 IP들이 있다. 국내 콘솔게임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긴 하지만 기존의 유명 IP를 활용한다면 신규 이용자들이 콘솔게임에 대한 거리감을 쉽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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