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VEIL>
이윤정
럭셔리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에 관한 이야기
30년,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럭셔리 브랜드를 소개하고 취재했던 이윤정 <노블레스> 전 편집장이 그간의 기록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타이틀인 ‘언베일(Unveil)’이란 단어의 뉘앙스처럼, 화려하고도 치열하며 흥미로운 무언가를 꺼내 보이듯이.
“오랜 시간 럭셔리 브랜드를 지켜봐온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그 기록들을 남기는 건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퇴사 후 여유가 생겼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와 연이 닿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럭셔리 산업의 흐름을 볼 때도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아요. 예전과 달리 지금은 특정 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럭셔리 문화를 향유하는 층이 더 다양해지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구매하는 경향이 커졌으니까요.”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이는 있겠지만, 럭셔리 문화 및 산업 전반의 흐름과 트렌드의 변화를 그만큼 긴 호흡으로 바라본 사람은 많지 않다. 해외 명품들이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에 명품 잡지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럭셔리 브랜드의 부흥과 수많은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셈이다. 그녀의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는 짧은 시간에 단편적으로 얻어진 것이 아닌, 풍부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어느 브랜드의 좋고 나쁨이 아닌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란 무엇인지 알려주고자 한 책입니다. 편향된 정보를 갖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새롭게 보게 하고, 그보다는 긍정적 장점이 많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에르메스는 15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도 고루해 보이지 않고 최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아요. 세월과 함께 쌓인 깊이에서 비롯된 힘이죠.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미사여구는 배제한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와 정돈된 내용으로 채운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에디터로서 국내외 현장을 취재하며 가질 수 있었던 색다른 기회와 경험을 다채롭게 담아냈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각 브랜드가 왜 이번 시즌에 이런 제품과 이벤트를 선보였는지, 어떤 철학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왔는지 알 수 있다. 명품의 본질, 럭셔리 브랜딩, 예술과 브랜드의 유대 등의 내용을 4개 챕터로 엮은 이야기들은 인터넷을 뒤지면 나올 법한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하이 주얼리와 워치,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흥미롭고 입체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유의 역사와 유산을 보여주는 데 있어 스토리텔링에 능하다는 거예요.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죠. 또 책에도 썼듯이 소위 ‘잘 되는’ 브랜드의 공통점 중 하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다는 거예요. 본 적 없는 과감한 시도도 많이 하죠. 루이 비통이 모노그램 탄생 100주년을 맞은 1996년 6명의 디자이너에게 모노그램을 활용한 작품을 의뢰해 전시한 것이나, 2009년 서울 경희궁에서 형태가 변형되는 건축물 프로젝트인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선보인 사례 등은 당시엔 너무나 생소하고 파격적이었어요. 결과적으로 그 도전은 큰 성공을 거뒀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흐름을 리드하고 앞서간다는 방증이거든요. ‘처음’을 겁내지 않고 과감히 시도하고 변화하는 것이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목도한 첫 장면들처럼, 이 책도 누군가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자신에게도. 지난 30년이 그랬듯이, 이 책을 통한 새로운 시작이 그녀 인생의 유의미한 방점이 될 것이므로.
<아트 인사이트>
김영애
예술로 통찰하는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책
미술사를 바탕으로 한 건축, 디자인, 철학 등의 분야를 강의하는 아트 클래스와 해외 도시로 떠나는 아트 투어 프로그램, 기업과 브랜드의 아트 컨설팅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안아트컨설팅의 김영애 대표. 아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와 산업,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폭넓은 지식과 식견, 경험으로 전하는 그녀가 올해 초 <아트 인사이트>라는 책을 펴냈다. <갤러리스트>, <나는 미술관에 간다>, <패션 앤 아트> 등에 이어 여섯 번째 출간하는 책이다. “2021년에 낸 <나는 미술관에 간다>를 보고 한 일간지에서 요청을 하셔서 약 3년간 매달 ‘아트 인사이트’라는 칼럼을 연재했어요. 동일한 타이틀을 붙인 이 책은 그 칼럼들과 다른 매체에 틈틈이 기고한 글들을 모아 엮은 것입니다. 단순히 미술 작품이나 작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나 모두가 관심을 갖고 알 만한 시대상, 사회와 경제, 문화 현상과 아트를 접목한 주제를 생각했어요. 시의성에 맞는 이슈나 날씨, 계절 등과 연관 짓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개천절 날 실리는 칼럼은 백남준 작가가 개천절을 의미하는 1,003개의 모니터로 작업한 ‘다다익선’을 언급하면서 이와 같은 맥락의 다른 작품들 이야기로 구성했어요.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과 관련해 주요 법안으로 떠오른 물납제를 소재로 쓰기도 했고요.”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스토리들을 포착해 예술적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무겁지 않고 흥미롭게 엮어내는 일은 깊고 넓은 인사이트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일 터다. 훌륭한 이야기꾼이자 세상과 아트를 연결하는 매개자인 김영애 대표는 매체에 기고한 칼럼 중 시의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글을 선별했다. 반 고흐부터 세계 무대의 한국 예술가와 현대미술계의 흑인 예술가들, 영국 서펜타인 미술관의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술 작품, 기후 위기 시대의 예술, 아트페어와 한국 미술 시장까지, ‘사람’, ‘사회’, ‘공간’, ‘자연’, ‘시장’의 다섯 가지 테마 안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가 예술가와 예술 작품 너머의 세계로 안내한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이 책 속의 작품이나 예술가를 이미 알고 있더라도 좀 더 확장된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을 넓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상의 영감과 여유로운 태도, 풍요로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새로운 것을 아는 것만큼 이미 보고 듣고 알고 있는 것들을 적절한 상황에 잘 꺼내 쓰는 아웃풋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이 사회에 영감을 주고 삶에서 예술이 창조되는 것처럼, 서로간의 상호 작용을 돕는 매개체가 되는 것, <아트 인사이트>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또는 나이나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일상 속에 두고 그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마음 가볍게 뒤적여도 좋을 책.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예술은 곧 삶이고 삶은 곧 예술이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The Vegan Pantry>
성시우
아름다운 채식 경험을 위한 레시피 북
비건 레스토랑 ‘레’의 오너 셰프 성시우는 요리 공부를 하던 시절부터 자신만의 요리를 담은 책을 만드는 것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프렌치 레스토랑 스와니예에서 10년간 일한 후 2023년 자신의 첫 레스토랑을 오픈한 그는 지난 2월 미슐랭 1 스타를 받고, 3월에는 10개월에 걸쳐 만든 <더 비건 팬트리>를 출간하게 되었으니 꿈을 향한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셈이다.
프렌치 레스토랑 셰프였던 그가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한 건 긴 숙고 끝에 결정한 새로운 시도였다. “그동안 해온 요리와 다른 장르를 시도하는 것이지만 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어요.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어떤 차별화를 모색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가족 모임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어머니가 육류를 전혀 드시지 않아 늘 채식 식당을 찾곤 했는데, 눈에 띄는 파인 다이닝 채식 레스토랑이 없더라고요. 비건 음식점은 십수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발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여러 요리 경험과 실력이 쌓인 상태이니 잘할 수 있겠다, 누구보다 맛있고 특별한 비건 요리 경험을 드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레을 오픈하고 나서 생각보다 비건 요리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도 알았어요. 그간 비건 파인 다이닝에 대한 갈증이 제법 컸던 것 같아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 중 해외 관광객도 많아요. 그래서 <더 비건 팬트리>에도 영문 번역을 함께 넣었고요.”
이 책에는 그가 셰프로서 갖는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는 채식에 관한 요리 철학과 노하우를 녹여낸 채식의 교과서 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의 실제 메뉴들을 좀 더 간소화한 과정으로 정리해 비건 요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그렇게 구성한 책은 쉽게 구하는 재료로 따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레시피 9가지를 포함해 이를 응용하는 요리까지 총 29가지 레시피로 완성되었다. 비건식으로 만든 마요네즈를 소개하고, 그 뒤에 그 마요네즈를 이용한 소스나 샐러드 등의 레시피를 알려주니 ‘요알못’이어도 친근하고 흥미롭게 따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한정된 방식으로만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 같아요. 채소를 데치거나 볶는 정도로만 조리해서 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익숙한 재료를 더 넓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책 속 레시피를 신뢰하고 따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맛은 보장이 될 거예요. 그런 다음 본인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춰 소금이나 설탕, 식초를 가미하면서 다양하게 변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비건이든 아니든 식사가 단순한 한 끼가 아닌 음식 이상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면,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일상 속 식물성 요리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을 통한 첫 시작을 통해 다채롭고 풍성한 미식 라이프를 경험하게 될 테니까.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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