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미, 고미술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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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미, 고미술을 탐하다

더 네이버 2025-05-07 14:02:27 신고

1 정선,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종이에 수묵, 79.2×138.2cm.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회장 기증. 국보. 2 정선, ‘금강내산(해악전신첩)’, 조선, 1747년, 비단에 수묵담채, 32.6×49.6cm. 간송미술문화재단, 보물. 3 <겸재 정선> 전시 인트로 전경. 4 정선, ‘압구정(경교명승첩)’, 조선, 1740~1741년, 비단에 채색, 20.0×31.0cm. 간송미술문화재단, 보물.

산수화의 지평을 뒤흔들다

<겸재 정선> 호암미술관

지금껏 이토록 방대한 겸재 정선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목격한 적은 없다. 기록에 근거한 상상의 풍경화인 관념산수화가 주류던 시절, 실제 자연 경관을 관찰해 담은 진경산수화의 화풍을 확립한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대규모 기획전 <겸재 정선>이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등을 포함해 165점을 공개한다. 이 같은 규모의 전시가 가능했던 이유는 정선의 주요 작품을 소장한 삼성문화재단과 시대별 최다 작품을 보유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의 협업 덕이다. 3년이 넘는 준비 기간 끝에 18개 기관 및 개인의 소장품을 모을 수 있었다. 겸재 정선의 작품을 이 같은 규모로 만날 기회는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두 미술관의 자신감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번 전시는 6월 20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후 2026년 하반기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는 진경산수화에 집중한 1부 ‘진경에 거닐다’와 문인화, 화조화 등 문인으로서의 면모를 소개한 2부 ‘문인화가의 이상’으로 구성된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곧바로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정면에 등장한다. 어둠 속에서 조명은 작품만을 비추고, 사선으로 배치된 두 점의 풍경이 관객을 감싼다. 어느 방향을 보아도 높은 산이 우뚝 선 한국에서 산맥이란 특별한 풍경이 아니겠으나, 인왕산과 금강산, 산세가 빼어난 두 산은 가히 명산이라 이를 만하다. 특히 정선이 반복해서 가장 많이 그린 금강산은 현재 가닿을 수 없기에 애틋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는다. 이 밖에 서울 청운동, 압구정, 임진강, 경북 안동 등 익숙한 지명의 옛 풍경을 구경하는 일이 즐겁다. ‘인왕제색도’는 5월 6일 이후 가을 금강산을 담은 ‘풍악내산총람’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겨울 금강산을 묘사한 ‘금강전도’와 나란히 계절의 변화를 드러낼 참이다.

정선, ‘독서여가도 (경교명승첩)’, 조선, 1740-1741년, 비단에 채색, 24.0×16.8cm. 간송미술문화재단, 보물.

겸재의 자화상

전시 2부에서 흥미로운 점은 겸재 정선이 화가가 아닌 문인의 정체성을 강조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는 점이다. 직업 화가가 높이 평가받지 못한 조선 사회에서 예술보다 학문에 무게를 두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독서여가도’는 인물화 그리기를 꺼린 겸재의 자화상으로 추정된다. 툇마루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노 선비의 뒤로 서가 가득 책이 쌓여 있다. 인물의 부채 속 그림과 책장 문에 걸린 풍경화 모두 겸재의 작품이다.

1 <조선민화전> 전시 전경. 2 ‘수련도10폭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개인 소장. 3 ‘구운몽도6폭병풍’, 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호림박물관. 4 ‘호작도’, 19세기, 종이에 채색, 개인 소장.

민화는 한자의 의미처럼 왕실의 그림과 대비되는 개념일까? 민화라는 단어는 한국 미술에 관심이 컸던 일본의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민중의 민예화를 일컬어 처음 사용했으나, 국내 학자들의 연구로 차츰 외연이 확장되었다. 이제는 궁중화와 대비되는 민간의 화풍뿐 아니라 도화서 화풍의 실용화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조선시대 민화는 보통 집을 장식하는 용도이기에 병풍이나 족자 형태가 주를 이룬다. 또한 그림 속 대상은 하나하나 의미를 내포하므로 민화는 당대 사람들의 욕망과 기원을 읽어낼 사료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조선민화전>을 통해 소장품을 포함한 민화 100여 점을 6월 29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의 첫 섹션은 책가도가 차지한다. 조선 후기 궁중과 양반 사회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유행한 책가도는 18세기 후반 정조가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책 사랑이 유별났던 정조는 장식장에 귀중품을 진열해둔 장면을 그린 중국 다보각경의 형식을 빌려 서가 풍경을 가까이 두고자 했다. 19세기까지 활발히 제작된 책가도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시계와 담배 등 서양 물건이 등장하고, 색감이 점점 화려해지는 등 당대 사회의 취향을 엿보는 재미가 크다. 


동물이 주 소재인 어락도, 화접도, 호작도 등은 복을 염원하는 길상적 의미가 가득하다. 예컨대 짝을 이룬 동물은 화목, 호랑이는 건강, 까치는 좋은 소식을 뜻하는데, 이처럼 일대일 대응되는 의미가 무수하다. 가족과 친지의 복을 기원하며 상징물을 그림으로 불러들이는 마음은 어느 시대고 유효함을 확인한다. 후반부에는 ‘구운몽도’, ‘춘향전도’, ‘삼국지연의도’ 등 당대 선풍적 인기를 끈 이야기가 압축된 삽화 형태로 등장한다. 현대인도 익히 알고 있는 고전문학의 수명이 얼마나 긴지 생각하면 놀랍지 않은가.   

 

이택균, ‘책가도 10폭’, 19세기, 비단에 채색,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머리맡 서가, 책가도

조선 궁중 화원인 이택균의 ‘책가도 10폭’. 이택균은 짜임새 있는 책가도로 유명했는데, 본래 이름은 이형록이었으나 57세에 이응록, 64세에 이택균으로 개명했다. 그림 상단의 각인을 통해 그가 64세가 된 1871년 이후 그려진 작품임을 유추할 수 있다.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걸린 작품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원근법 시점과 과감한 색 사용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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