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베란다에 나가보니, 화분의 붉은 잎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이 작은 사건은 밤새 소리 없이 내 잠결을 건드렸던 것 같다. 아침에 확인한 두 건의 부고는 하루의 시작을 무겁게 했다. 어디에선가 한 생이 끝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잎이 떨어지는 소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잎은 수많은 바람과 햇살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며 존재의 증거가 됐던 것이다. 그러나 아침에 떨어진 붉은 잎은 나의 마음에 슬픔을 안겨주었다. 나는 그저 어둡게만 느껴지는 영역에 대해 무력함을 느낀다. 죽어가는 생명들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는 현실은 고통스럽다. 오로지 '툭'이라는 소리만이 무심하게 울린다.
시인은 떨어진 잎을 보며 멀고 가까운 죽음을 떠올린다. 가까운 이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전쟁으로 잃은 생명들은 더 큰 슬픔을 안겨준다. 이러한 죽음들은 시인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붉은 잎이 떨어질 때마다 무고한 생명이 사라져가는 것처럼, 잎의 '툭' 소리는 시인의 심경을 대변한다.
붉은 잎은 햇빛과 바람, 정성의 합작품이다. 그러나 시인은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는다. 가까운 죽음과 전쟁 너머의 현실에 대해 "나는 당신 편"이라는 말은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시인은 '툭'이라는 소리를 통해 삶과 죽음, 전쟁과 평화 같은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게 다룬다. 이 작은 소리는 삶의 무게를 상기시키며, 우리의 존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김정수 시인은…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과의 잠』 『홀연, 선잠』 『하늘로 가는 혀』 『서랍 속의 사막』과 평론집 『연민의 시학』을 냈다. 경희문학상과 사이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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