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노이마이어의 드라마 발레…국립발레단, 전막 아시아 초연
감정 드러내는 다채로운 움직임…쇼팽 음악, 극의 정서 뒷받침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막이 오르면 '경매'(AUCTION)라고 적힌 노란색 팻말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때는 1847년 프랑스 파리.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안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하나씩 치워진다. 무대 한가운데 놓인 마르그리트(조연재 분)의 사진이 이 공간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다. 이윽고 누군가 혼비백산하여 뛰어든다. 그의 이름은 아르망(변성완). 아르망은 슬픔에 젖어 죽은 마르그리트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 프레스콜에서는 비극적 사랑을 그려나가는 다채로운 움직임들이 무대에 펼쳐졌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쾌락을 제공하는 여성) 마르그리트와 명문가 출신 아르망 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발레 작품이다. 서사 안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는 드라마 발레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La Dame aux Camelias)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만들었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 공연은 아시아 최초다.
공연은 드라마 발레로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동작들이 눈길을 끌었다.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아르망의 안무를 통해 마르그리트를 향한 간절함을 표현하는 식이다. 사랑의 행복부터 절망까지 인물들의 감정이 다양한 만큼 움직임도 다채로웠다.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2인무는 세 번 모두 각자 다른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했다. 첫 번째 2인무에서 마르그리트를 힘 있게 들어 올리며 커진 마음을 드러내는 아르망과 보다 소극적인 동작으로 아르망의 고백을 고민하는 마르그리트가 표현됐다면, 두 번째에서는 부드러운 움직임들이 강조돼 두 명이 속삭이는 사랑의 달콤함이 표현됐다. 이를 통해 대사 하나 없이도 관객의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들을 빚어냈다.
극의 정서를 두텁게 하는 데는 음악도 큰 역할을 했다. 노이마이어는 모든 음악을 쇼팽의 곡으로 구성해 극의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1막에서 사용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작품에 몰입하는 데 주요했다. 격정과 서정을 오가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아르망이 마르그리트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는 듯한 불안과 마르그리트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연주는 마르쿠스 레티넨의 지휘 아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미할 비알크, 박종화가 맡았다.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다양한 장치도 눈에 띄었다. 극 중 나오는 발레 '마농 레스코'가 대표적이다. '마농 레스코' 속 코르티잔 마농과 그를 흠모하는 젊은 귀족 데 그리외는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닮은 인물들이다. 극 안의 극으로서 마농과 그리외는 때때로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옆에서 등장해 그들의 내면과 처지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됐다. 노이마이어는 이에 관해 관객들이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관계에 마농 이야기를 투영해 보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국립발레단은 7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카멜리아 레이디'를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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