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업계에 중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에 안으며 단숨에 생명보험업계 6위권에 올라섰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생보사 인수를 공식화하며 첫 보험업 진출에 나섰다. 대형 금융지주와 증권 중심 투자금융그룹이 나란히 보험업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업계 판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생명·ABL생명 자회사 편입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 8개월 만에 인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오는 7월 초 두 보험사의 주주총회를 소집해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고 자회사 편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은 자산 기준 생보업계 6위권으로 올라섰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2023년 말 기준 별도 자산은 각각 34조5776억원, 18조6651억원으로, 단순 합산 시 53조2427억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조건부 승인 발표 당시 두 회사의 자산을 약 51조원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NH농협생명(53조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순이익 기준으로도 두 회사의 2023년 별도 순이익을 합산하면 4150억원으로, NH농협생명(2461억원)을 크게 앞선다.
그러나 이번 인수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정기 검사에서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대규모 부당 대출 문제가 지적돼 내부통제 결함 경고를 받았고, 경영실태 평가에서도 5등급 중 3등급을 받았다. 현행 금융지주회사 감독 규정상 자회사 편입 심사는 '경영실태 평가 2등급 이상'이 원칙인 만큼, 일시적으로 인수가 불허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내부통제 인프라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보유 부동산과 출자 주식 매각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개선안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계획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내렸으며, 앞으로 6개월 단위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우리금융의 외형 확대는 물론, 지나치게 은행에 편중됐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자산운용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 일부를 위탁받을 경우 운용자산(AUM)을 기존 약 53조원에서 최대 100조원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 이는 현재 10위권인 자산운용사 순위를 6위권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우리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방카슈랑스 채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두 생보사는 지난해 방카 채널을 통해 각각 4684억원, 8645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기록했으며, 이는 KB라이프(9946억원), 신한라이프(4133억원)를 상회하는 규모다.
다만 IFRS17 회계 기준 적용에 따른 보장성보험 확대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는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신계약 CSM 7320억원 중 7127억원이 보장성보험에서 발생하는 등 양호한 성과를 보였지만 ABL생명은 신계약 CSM이 2023년 3476억원에서 2458억원으로 줄었고, 보장성보험 비중도 41.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IFRS17 체계에서는 순이익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으며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비은행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 효 과 확대가 기대된다"며 "고령화 및 은퇴, 그리고 1인가구 증가 등 구조적인 사회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보험 니즈는 더욱 다양화되고 확대됨에 따라 이에 따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하며 업계 지각변동에 가세했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 3월 28일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수익의 90% 이상이 한국투자증권에 집중되어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 회사는 자본금 2390억원 규모의 중소형 생보사로,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3년 208억원, 2024년 1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매각가는 보험업 평균 PBR(0.51.1배)을 적용할 경우 1200억2600억원 수준, 현실적으로는 2000억원 초반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및 장기 자금 운용 기반 확보 측면에서 인수 전략상 유리한 매물로 평가된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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