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최대 3521%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히면서, 해당 지역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 조치는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부과한 기존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에 공장을 세우고 우회 수출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1년간의 무역 조사 끝에 4월 21일 이러한 관세 부과 결정을 발표했다. 2024년 기준, 동남아는 미국 태양광 패널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미국 시장은 물론 동남아 지역 태양광 산업에도 막대한 충격이 예상된다.
에너지 전환 연구원의 푸트라 이사는 이번 관세가 동남아 기업들의 미국 수출을 “상업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이번 조치가 역설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망의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10개 중 8개의 태양광 패널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번 미국의 조치로 인해 중국은 수출업체 주도로 동남아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정책 도입을 더욱 압박하며, 녹색 에너지 채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Asia Research & Engagement의 매카론 이사 역시 “이번 충격은 관련 국가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무역 마찰이 동남아 국가들이 국내 에너지 전환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시장이 스스로 자립하고, 수출 중심 모델에서 내수 중심 녹색 에너지 체제로 이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수석 분석가 양무이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남아의 태양광 산업은 지금까지 주로 외부 수요에 기반한 기회주의적 성장에 머물렀다”고 비판하며, 미국 시장 상실이 지역 내 청정에너지 혁신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시장을 대체할 만큼 동남아의 재생에너지 기반이 성숙하지 못한 만큼, 도전은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동남아시아 각국이 화석연료 중심에서 벗어나 녹색 에너지 중심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