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에서 은은한 오이 향이 코끝을 스칠 때가 있다. 고광나무의 어린 순이 봄을 알리는 향이다. 하얀 꽃과 향기로운 새순으로 사랑받는 고광나무는 한국의 산야에서 자생하며 나물로, 약재로, 향료로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해왔다. 고광나무와 고광나무 순 나물의 매력을 알아봤다.
고광나무의 특징과 이름의 유래
고광나무는 범의귀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떨기나무다. 외국에선 ‘빛나는 나무로 불린다. 하얀 꽃잎이 밤에도 빛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오이순, 쇠영꽃나무로도 불린다. 어린 순에서 오이 향이 나서 ‘오이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러시아 우수리 지역에 분포한다. 주로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을 좋아한다. 주변 습도가 높고 부엽질이 풍부한 곳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2~4m 정도다. 줄기는 회색 껍질로 덮여 있다. 2년생 가지에서는 껍질이 벗겨진다. 작은 가지에는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거나 어긋난다. 난형 또는 타원형으로 길이는 5~10cm, 폭은 3~7cm다. 잎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잎 표면은 녹색이며 털이 거의 없다. 뒷면은 연녹색으로 맥 위에 잔털이 있다.
어린잎에서는 오이 향이 난다. 꽃은 4~6월에 핀다. 흰색 꽃은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총상꽃차례 또는 원추꽃차례로 달린다. 꽃잎은 4장이며 둥글거나 도란형이다. 암술머리는 4갈래로 갈라진다.
꽃은 벌과 나비를 끌어들인다. 꿀을 제공하는 밀원 식물이다. 열매는 삭과로 9월에 익는다. 타원형이며 길이 0.6~0.9cm, 직경 0.4~0.5cm다. 관상용으로 심는다. 어린잎은 식용한다. 꽃과 열매는 약용으로 쓴다. 꽃말은 추억, 기품, 품격이다.
제철과 채취, 요리법
고광나무 순의 제철은 봄, 특히 4~5월이다. 이 시기에 어린잎과 새순은 부드럽고 오이 향이 강하다. 너무 자란 순은 질기다. 채취한 순은 바로 요리하거나 말려서 보관한다. 고광나무 순 나물은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데쳐서 무치는 것이다. 먼저 어린 순을 깨끗이 씻어 흙이나 이물질을 제거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는다. 고광나무 순을 넣고 10~15초 정도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진다. 데친 순은 바로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짠다. 데친 순을 볼에 담는다.
약초 간장이나 어간장(멸치젓 간장)을 1~2숟가락 넣는다. 들기름 1숟가락,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달래나 파, 깨소금을 추가한다. 조물조물 무친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나 참기름을 넣는다. 무친 나물을 그릇에 담는다. 바로 먹거나 밑반찬으로 낸다.
고광나무 순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오이 향이 난다는 것이다. 오이 향이 강할수록 맛있는 순이다. 상큼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입맛을 돋운다. 거북한 맛이나 쓴맛이 없기에데친 후 물에 담가두지 않고 바로 먹어도 좋다. 양념은 간단하게 유지한다. 나물의 자연스러운 향을 살린다.
다른 방법도 있다. 순을 살짝 데쳐 된장국에 넣는다. 맑은 국물에 오이 향이 어우러진다. 말린 순은 차로 우려 마신다. 향긋한 풍미가 일품이다. 맛은 산나물 중에서도 으뜸일 정도다. 양념에 따라 다채로운 맛을 낸다. 약초 간장은 깊은 풍미를 더한다. 어간장은 짭짤한 감칠맛을 준다. 들기름은 고소함을 더한다.
약용과 효능, 문화적 가치
고광나무는 약재로도 귀하다. 한방에서는 동북산매화라는 이름으로 처방한다. 꽃과 풋열매를 약용으로 쓴다. 꽃은 4~6월에 채취한다. 풋열매는 여름에 딴다. 그늘에서 말려 보관한다.
치질, 신경통, 근육통, 이뇨제에 효능이 있다. 말린 꽃은 차로 우려 마신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 어린잎을 식용 외에 약용으로도 쓴다. 데친 잎은 소화 촉진에 좋다. 한국의 산야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왔다.
고광나무는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기도 한다. 하얀 꽃은 깨끗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꽃향기가 좋아 밀원 식물로 널리 쓰인다. 잎 뒤쪽의 잔털을 확인해 병꽃나무 순과 구별한다. 병꽃나무 순도 식용이지만 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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