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원→유승호' "뜨거운 배우"가 모인 정치-권력 암투극...'킬링 시저' 연습실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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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원→유승호' "뜨거운 배우"가 모인 정치-권력 암투극...'킬링 시저' 연습실에 가다

독서신문 2025-05-03 14: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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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연극 '킬링 시저' 연습실 공개 현장 행사가 열렸다. 시저 역에 배우 손호준과 함께 캐스팅된 배우 김준원이 극적 죽음을 앞두고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시저가 죽었다!” 좁은 연습실 안, 광기 어린 죽음의 선언이 들려온다. 기원전 로마의 영웅이자, 절대적 인기를 누리며 공화정의 종신독재관이 된 존재. 그러나 마치 아들과 같은 이들에게 암살된 권력자 ‘시저’는 정말 죽었을까. 죽고, 죽이지만 결국 ‘죽지 않고 반복되는 권력’을 그린 듯한 연극 ‘킬링 시저’의 연습실 현장에 갔다.

'킬링 시저'의 주요 인물인 브루터스 역을 맡은 유승호 포스터.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오는 10일 개막하는 ‘킬링시저’는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1599)를 원전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줄리어스 시저’는 소위 4대 비극에 들어가지 않지만,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먼저 무대에 올린 비극이다. 역사적인 인물인 카이사르(영문 명칭: 줄리어스 시저). 그리고 그가 황제를 꿈꿨다고 생각해 (지금의 민주주의에 빗대 볼 수 있는) 공화정과 자유를 위해 그를 암살하는 브루터스의 서사로 문화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브루터스 너마저”, “내가 시저를 살해한 것은? 시저를 덜 사랑한 탓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요." 등의 유명한 대사가 이를 증명한다. 이 작품으로 영웅 카이사르 뿐 아니라 브루터스에 대한 주목도도 커졌다고 본다.

죽이고 죽는, 그러나 죽지 않는 ‘권력’의 은유
...'킬링 시저', 10일 개막

믿고보는 한국의 창작진인 김정 연출과 오세혁 작가가 함께한 ‘킬링 시저’는 타이틀처럼 ‘시저의 암살’에 극적 초점을 맞춘다. 부차적인 서사를 덜고, 훨씬 더 응축된 형태다. 일례로, 셰익스피어는 총 5막 중 3막에서 시저를 죽인다. 하지만 ‘킬링 시저’는 도입부에 ‘바로’ 죽인다. 보도자료 설명처럼,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극을 위해서일 것이다. 제작진이 ‘각색’이 아닌 “재창작”이라는 표현을 썼을 만큼, 작품은 원전과 다른 구성을 예고했다. 원작이 이상주의자인 브루터스의 서사와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과 또 다르게, 현대적인 해석이 추가될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킬링 시저’는)바로 암살로 시작합니다. 암살 후, 그들이 도망치고 섬멸 당하는 과정이 나타나죠.” “로마를 만든 것이 이민족과 노예, 식민지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것들. 또, 도망친 해방자들이 어떤 악몽을 꾸고 이전투구 하는 것지를 자료를 바탕으로 풍성하게 만든 것이 있습니다. 부드럽게 말하면 (원작과) 상당히 다르고, 솔직하게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대사는 살리려고 했습니다.” (오세혁 작가)

'킬링 시저'에서 김준원과 함께 시저 역에 캐스팅된 배우 손호준. 권력에 대한 야망과 함께 브루터스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연기로 집중감을 선사했다.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공연 시간도 100분이다. 그래서일까. 개막을 열흘 쯤 앞두고 4월 30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35분간 이어진 ‘킬링 시저’ 연습 현장의 밀도는 매우 높았다. 연습실이기에 특별한 조명도, 장치도 없다. 시저 역 중 한 명인 손호준 배우는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기원전 로마의 정치판과 암투 현장으로 데려가는 듯 했다. 불안하고 음산한 분위기에는 차가운 금속성의 음악도 한몫했다. 채석진 감독, 그리고 앞서 2024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햄릿’에서 호평받았던 지미 세르의 작품이란다.

작품 배경은 기원전이고, 원작은 16세기지만, 표현은 현대적이고 세련됐다. 특히 주요 배우가 아닌 7명의 코러스가 펼치는 유동하는 몸과 배역이 압도적이었다. 시저, 브루터스 등 고정된 역이 아닌  코러스들은, 상황마다 원로원으로, 또 군중으로 몸을 바꾼다. 혼란스러운 브루터스의 내면을 안무로 구현해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하기도 한다. ‘줄리어스 시저’와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출이자, 그 자체로 감각적이다.

“그 정의는 이민자들을 착취하고 노예들을 탄압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까” 
“그렇다면 너에게는 다른 대안이 있는가?” 
-'킬링 시저' 브루터스와 시저의 대화 중에서

'킬링 시저'의 원작인 '줄리어스 시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브루터스 역은 유승호가 소화한다. 처절한 청년의 불안과 이상주의자의 올곧음을 한번에 보여줬다.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100분간의 정치 권력 암투극,
가장 '뜨거운' 배우들이 모였다


로마의 갈등에 현대의 문제를 투사하게 하는 이 작품의 얼굴들이 신선하다. 특히 지난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같은 배역을 맡은 손호준과 유승호가 비극의 칼끝을 겨눈다. 각각 시저와 브루터스 역을 맡으면서다. 또 다른 시저 역에는 단단한 내공의 김준원 배우가 함께한다. 연습 현장 공개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유승호는 연극 데뷔작이던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유승호의 브루터스는 이상주의 정치가의 ‘올곧은’ 면모와, 시저 암살을 앞두고 처절하고 취약해진 청년의 면면을 동시에 표현했다. 특히, 비슷한 나이대의 손호준과는 친밀한 우정의 텐션이 흐르며 비극의 순도가 높아지고, 내공 깊은 김준원 배우와는 또 다른 케미스트리로 기대감을 안겼다.

카시우스/안토니우스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소화하는 배우 양지원.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시저와 브루터스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흥미로운 역할이 있다. 배우 양지원은 카시우스/안토니우스를 1인 2역으로 소화한다. 카시우스는 원작에서 브루터스가 시저를 암살하도록 (교묘할 정도로) 영향을 주는 인물. 안토니우스는 원작에서 시저의 죽음 후 브루터스와 대립하게 된다. 서로 다른 위치의 1인 2역을 어떻게 소화할까. 어려운 연기를 맡게된 양지원은 최근 읽은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말했다. “브루터스의 머릿속 인물일 수도 있고 선과 악 중 악을 담당하는 인물일 수도 있어요. 브루터스를 시험해 보고자 온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존재라고 보고 연기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역할에 임하는 열정이 대단했다. 실제로 오세혁 작가에 따르면, 해당 연극은 본래 인연이 있던 양지원 배우가 "뜨거운 배우 세 명이 모였다. 모두 뜨거운 연극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의지가 계기가 되어 성사된 것이라고. 

'각자의 정의' 추구는 무엇을 불러오는가
...지금 한국에서 '킬링 시저'를 봐야할 이유


그렇다면 왜 제작진은 지금에 와서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말할까. 현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킬링 시저’를 개막하는 것에 관해 다수의 질문이 나왔다. 제작진은 대선 정국에 대해서는 “공교롭게도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 세기 전의 극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현실 정치의 문제를 투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열어뒀다.

“‘줄리어스 시저’ 원작을 읽을 때 슬프고, 비극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던 것은, 저마다 로마와 정의를 외치며 모여들지만 각자 생각하는 정의와 자유, 로마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시민을, 누군가는 원로원과 자기 자신을 위한 정의가 있었겠죠. 저도 아직 세상을 잘 모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 자유, 행복이라는 단어가 외쳐질 때 정말로 그것이 있는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오세혁 작가)

그렇게 ‘킬링 시저’는 수세기를 전의 과거와 현재, 정의와 권력, 자유와 위선을 교차하며 질문을 던진다. 오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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