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매도’ 등급을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 투자 전문지 배런스 등 외신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포트리서치파트너스는 이날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00달러(약 14만2600원)로 제시했다.
이어 밸류에이션 우려와 인공지능(AI) 채택에 대한 시장의 심리 변화 등을 근거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목표주가 100달러는 현재 시가 106달러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제시된 목표주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현재 엔비디아의 평균 12개월 목표주가는 약 162달러로 현 주가보다 50% 정도 높은 수준이다.
시포트의 엔비디아 목표주가 100달러는 7.5%의 성장률과 11.5%의 할인율을 적용한 현금흐름할인법(DCF·예상되는 미래 현금흐름에 기초해 오늘날 투자자산의 가치를 추정하는 데 사용되는 평가 방법)에 기반하고 있다.
이번 매도 등급은 지난 수년간 AI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엔비디아에 대해 거의 만장일치의 긍정적 의견을 보인 시장 분위기와 확연히 대비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약 88%가 엔비디아 매수를 추천하고 11%는 보유(중립)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매도 의견을 제시한 곳은 시포트가 유일하다.
시포트는 "엔비디아가 현재 AI 지출 붐에서 주요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그 전망이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는데다 주가에 대부분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칩이 올해 완판된 상황임에도 시포트는 "리스크가 하방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엔비디아의 시스템을 실제로 구축하고 운영할 때 냉각, 구성, 오케스트레이션 등의 문제로 상당한 복잡성이 수반된다며 물류 도전과 AI 투자 수익률의 불확실성까지 경고 신호로 꼽았다.
시포트는 "기업 고객들이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수익 창출로 이어지도록 활용 사례와 방법을 여전히 찾고 있다는 점에서 AI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포트는 특히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들이 자체 칩 설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컴퓨팅 및 스토리지 같은 서비스를 엔터프라이즈 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이 대체 칩을 직접 개발하려는 시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AI 관련 지출이 지속가능할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메타 등은 AI 인프라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회계연도에 3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MS는 최근 세계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있다. 일부는 갑작스럽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자사 클라우드 사업(AWS)에서 일부 데이터 센터 임대 계약을 보류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경영진이 이에 대해 일부 반박했다.
시포트는 AI가 거품이라고 보진 않지만 향후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AI 예산이 줄 가능성도 높다"며 "AI가 올해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부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포트는 약세 전망에 대한 반론도 제시했다. "AI에서 예기치 못한 기술 발전이나 대형 고객사의 주문 증가가 수요를 급증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2.3% 하락했다. 이는 또 다른 AI 수혜주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실망스러운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엔비디아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17% 하락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보다 더 부진한 성적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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