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내 전시 근처에서 동료작가가 전시 중이면 묘하게 들뜬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쉬는 시간’이 되어 주어 힘이 난다.
상대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는데. 커피를 들고 들어선 그에 인상깊었던 것은 그가 정말 쉬다 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차례 손님들을 맞이하고 난 후, 근처 아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목을 축이고 가는, 잠시 아무 말도 안해도 되는 몸뚱이 하나 앉혔다 가는.
이곳에서 쉬어 주어 고마웠다.
아는 이 중 하나는 상주하러 가는 나를 보며 갤러리에 바람 쐬러 가고 좋지 않냐는 말을 해버려 내게 뇌정지가 오게 한 적이 있는데ㅡ 우린 ‘일하는 중’이다.
손님을 맞는 그 형태가 다소 자유로워 보일 뿐, 이것은 마냥 즐거운 그림 그리고 내보이기가 아닌, 직업이다. 이처럼 재차 ‘일하는 중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작가라는 것 또한 직업임을 다시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저 자유롭고 남다른 재주로 떠올린 영감을 쉽게 흩뿌리는 류가 아닌, 작업물과 이를 매개로 연결되는 인간관계와 그 외의 영향력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직업이라는 말이다. 각각의 분야가 그러하듯이.
그래서 지치고 또 쉬다 갈 곳이 필요하다. 나 또한 그러하며, 조금만 더 다른 이의 세계에서 앉아 있다 오고 싶었던 마음은 내 마당에서 상주하던 시간보다 선명함을 느낀다.
사유가 있는 곳은 즐겁다. 그것을 문장으로 치장한 곳은 더 좋아한다. 준디 작가 또한 그 중 하나. 특히 ‘감정’이라는 모호한 것을 형체로 주물러내거나(감정석) 제를 올리듯 꾸며놓는 형태가(아래 사진 참고) ‘요즘’답다. 유무형의 모든 것이 쉽게 소비되는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치를 얻는 지금, 개개인의 감정이 갖고 있는 소중함과 그렇기에 그것에 기꺼이 부여하는 유산遺產이라는 역할을 그려낸 것이 정말 ‘요즘’다워 재밌다.
당신의 감정은 지금 어디에 놓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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