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1950년대 쿠바의 재즈 클럽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가 있다. 시대를 거슬러 흐르던 그 선율은, 결국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2012년 국내 개봉한 스페인-영국 합작 애니메이션 영화 〈치코와 리타〉는 한낱 로맨스 애니메이션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풍부하고 진득한 감성을 품고 있다.
이야기는 1948년 쿠바 아바나. 재능 넘치는 피아니스트 치코와 매혹적인 보컬리스트 리타의 첫 만남에서 시작된다. 음악으로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이별하고, 또다시 재회하지만 시대의 폭력과 야속한 운명은 이들을 계속 엇갈리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그 안엔 눈부신 현실이 있다. 마치 손으로 한 땀 한 땀 그려낸 듯한 화풍은 아바나의 거리와 뉴욕의 재즈 클럽, 그리고 라틴 재즈의 열기를 시각적으로 완벽히 구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소리’다. 실제로 음악감독은 쿠바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로, 그의 생애와 음악은 영화의 감정선을 이끄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룸바, 보사노바, 차차차, 그리고 재즈의 황금기 사운드는 관객을 시간 여행자로 만든다.
〈치코와 리타〉는 단순히 음악과 사랑의 열정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 망명, 혁명과 같은 쿠바와 미국의 역사적 현실을 고요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다. 리타는 성공한 흑인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공연한 고급 호텔에서조차 방을 구하지 못하는 미국의 현실에 직면한다. 치코의 재즈는 쿠바 혁명 이후 ‘제국주의 음악’이라 불리며 금기시되기도 한다. 그들의 사랑은 단지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부서지고 다시 이어지는 ‘사람의 이야기’다.
결국 영화는 판타지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 장면이 허구적이라 해도, 그것은 관객과 인물 모두에게 절실한 ‘위로’로 다가온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 그건 아마도 음악일지도 모른다.
영화 〈치코와 리타〉는 〈라라랜드〉가 떠오를 만큼 로맨틱하면서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처럼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다. 동시에 〈카사블랑카〉처럼 사랑 없는 예술의 공허함과, 그럼에도 다시 음악을 연주하는 인간의 끈질긴 감정을 잊지 않는다.
만약 사랑과 음악 사이의 진짜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당신을 위한 재즈 발라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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