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세린 작가] 요즘은 시에 흥미가 있다. 도서관에 갈 일이 잦아져 자주 드나들다가 나에게 위안을 줄 겸, 감탄하며 술술 읽을 책을 찾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들어 읽은 게 시작이었다. 다 읽지도 못하고 앞부분 조금만 읽었는데, 역시나 감탄스러운 문장들을 반복해서 읽다가 시간이 다 가 버린 탓이다. 그 화려하고 극적인 ‘햄릿’의 대사들을 읽고 있다 보니 오랜만에 좋아하던 시인의 시집이 생각나 다시 시를 찾아 헤맸다.
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고, 솔직히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시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냥 시를 읽으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수색하는 게 좋다. 무슨 소린지 알 듯 말 듯 한 근질거림, 자욱이 오가는 구름에 가려 형체만 겨우 비치는 달을 계속 보고 있는 기분이다. 오래전, 시 같은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시가 적힌 종이만큼의 가벼움과 뇌리에 박힌 문장의 무거움이, 동시에 긴장과 느슨함이 전부 있는. 방금 지나가던 시인이 이 글을 읽으면 어쩌지 하는 우려가 찾아왔다.
아무튼 시집을 몇 권 골라 몇 장 넘기다 보니 시를 배우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쩌면 시인도 작가와 비슷하지 않으려나 생각하게 됐다. 시를 쓰는 삶을 먹여 살릴 부업이 필요하고, 현실과 정수리 속의 세계를 오가며 살 거고, 시를 써야 한다는 포스트잇이 항상 머리 한가운데 있지 않을까. 시집이 모여 있는 책장 근처에는 시인이 썼지만 시집이 아닌 책들도 몇 권 꽂혀 있었다. 시인의 일상과 시 쓰기 등, 시와 시인에 대한 질문들, 그에 대한 여러 시인들의 대답이 수록된 책을 읽었다.
책을 펼쳐 보고는 이렇게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 시는 어떻게 쓰지, 하고 웃었다. 조목조목 답한 구체적인 내용들도 재미있었다. 아, 할 말이 많아서 시를 쓰나. 역시나 조금 비슷하게 사는 것 같았다. 직장에 다니며 짬을 내어 시를 구상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을까. 그 말을 바꾸고, 버리고, 고치고, 떠올리느라 얼마나 시간을 보낼까. 그런 걸 생각하니 내 멋대로 동질감이 들었다. 그래도 물리적으로는 손과 펜과 작은 종이로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미치도록.
영상은 수필에 가깝고 사진은 시에 가깝다고 들었다. 그림은 수필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고, 수필을 모두 담을 수도 있고, 시의 일부일 수도 있고, 시의 전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게 가장 근접할까, 그림은, 회화는 어떤 걸까 생각하다 보니 한 작품보다도 전시 하나와 한 편의 시 사이에 등사 기호 하나 정도 둘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전시장이 시집 한 쪽이라고 치면, 작품과 작품 사이의 거리나 그 관계는 시의 행과 연 정도이려나. 이런 생각이 미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접근법이 될까?
내 주변 사람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그림 그린다고 하면 잘 모르지만 일단 멋있다며 하회탈 같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들, 작품이나 예술이라 이름 붙은 것을 조롱하거나 과도하게 치켜세우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어떤 설명이나 방식이 길잡이가 될지 종종 막연하게 궁리한다. 나는 시도 좋고 그림도, 회화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러다 영화에서 본 두 문장이 떠올랐다. “Truth is like poetry. And most people fucking hate poetry.”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