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허장원 기자]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한 독립 영화가 이례적인 흥행 역주행을 기록하고 있다.
조정래 감독 영화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는 최근 정치·사회적 변화에 반응한 관객들의 관심을 끌며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개봉 초반 미미했던 관객 수는 단기간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헌재 파면 결정 직후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는 하루 만에 박스오피스 순위가 11계단 상승했다. 30일 기준으로 확인된 누적 관객 수는 2만 2000명에 달한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평점 8.5점을 상회하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1992년 삼형공업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파업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함성을 외쳤던 노래패 들꽃 소리 학생들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귀향’으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조정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또한 고(故) 이내창, 이철규, 김귀정 열사와 고 김경호 위원장이 실명으로 등장해 생생한 연대와 투쟁을 그려냈다.
특히 탄핵 인용이라는 시대적 사건이 발생한 후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와닿았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특별한 싱어롱 상영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출연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노래하고 눈물을 나누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배우들은 “저희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선배님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꽃소리 인사 드리러 왔다”며 재치 넘치는 인사로 무대에 등장했다.
배우들은 영화 속 주요 곡인 ‘그날이 오면’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직접 열창하며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했다. 특히 승민 역의 배우 변하늬는 ‘오월의 노래’를 부르던 중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을 붉혔다. 이를 본 관객들 역시 함께 눈물을 흘려 극장 안은 연대의 감동으로 가득 찼다.
이 날 주인공 민영 역을 맡은 배우 김정연은 상영 후 소감을 통해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는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며 “시위 현장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정래 감독은 “당시 민중가요 역시 많은 변화가 있던 시기”라며 “민중가요를 들으면서 교육이 됐다기보다는 마치 K팝을 듣는 것처럼 반복해서 들었다. 언젠가는 노래방에 이런 곡들이 나와서 다 함께 불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이번 영화는 단순한 극영화의 틀을 넘어, 한 시대의 정서를 담아낸 ‘공감의 창’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관객의 마음을 깊이 울리고 있다.
영화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눈물이 계속 나는 감동”, “우리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요즘 회사에서 받은 상처가 심했는데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근현대사 교과서 그 자체”, “사람 사는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깊은 감동을 받은 작품”, “영화 속 모든 노래가 좋았다”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작품성과 시대적 공감에 힘입어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는 제125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열리는 노동자 영화제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민주노총 서산태안위원회가 주관하고, 화섬노조 세종충남지부, 서산풀뿌리시민연대, 서산당진촛불행동이 후원하는 이번 공동체 상영은 30일 서산 한 상영관에서 무료로 개최된다.
노동절을 앞두고 열리는 공동체 영화 상영에 대해 민주노총 서산태안위원회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이뤄낸 역사적 상황 속에서,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를 다룬 이 영화를 노동절을 맞아 상영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노동자의 연대 의식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장원 기자 yjh@tvreport.co.kr / 사진= 영화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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