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60주년 기념 내달 릴레이 리사이틀…"인생 희로애락 녹아"
"마음 건드리는 로맨틱 피아니스트 추구…후배들, 순례자임을 직시하길"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피아노를 뛰어나게 연주한다고 해서 그 안에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이 담길 수는 없죠. 60년 인생을 담은 연주는 젊은 혈기의 피아니즘(피아노 연주 기법)보다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서혜경(65)이 29일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열린 '60주년 기념 리사이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음악 인생을 돌아봤다.
서혜경은 국내 대표 1세대 피아니스트로 스무 살이던 1980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최고상(1위 없는 2위)을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여성 피아니스트로는 세계 최초로 차이콥스키 협주곡 전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비롯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해 낭만주의 러시아 작곡가의 탁월한 해석자로도 꼽힌다.
5살 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 그는 올해 연주 인생 60년을 맞아 다음 달 네 차례에 걸쳐 연주회를 연다. 일신홀과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랩소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류재준의 '녹턴' 등을 연주한다.
서혜경은 "예술은 기술이 아닌 인생"이라며 "인생의 희로애락이 농축돼 피아니즘으로 풀어내는 지금의 연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저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온갖 풍파와 산전수전을 겪은 후의 인생의 깊이와 삶의 서사를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혜경은 암 투병을 겪고 홀로 어린 두 아이를 키워내야 했던 과거의 삶을 털어놨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도 피아노는 도저히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암 투병 직후 46살에 예술의전당에서 했던 공연을 자신의 인생에서 감동스러웠던 무대로 꼽았다.
서혜경은 "피아노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며 "다시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하는 무대였기 때문에 제 인생에 있어서 다른 유명한 세계적 오케스트라보다 감동하는 무대였다"고 떠올렸다.
서혜경은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스타일과 다채로운 음색 덕에 로맨틱 피아니스트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로맨틱 피아니스트의 의미에 관해 "(연주로)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건드리고 인생을 담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혜경은 "유자왕, 랑랑의 연주는 아크로바틱, 서커스 같기도 하다"며 "저는 노래하는 성악가와 같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부연했다.
서혜경은 1세대 피아니스트로서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콩쿠르가 영광의 정점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습니다. 콩쿠르 입상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피아노는 인생의 길이만큼, 경험을 담은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신비한 악기예요."
서혜경은 그러면서 "상업적으로 몸값을 거래하는 거간꾼들에게 속지 말고 '나는 아직 최고가 아니며 깊은 피아니즘을 향해 순례하는 초보자'임을 직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서혜경의 릴레이 연주회는 다음 달 7일 서울 일신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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