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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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합뉴스 2025-04-27 08:09:19 신고

시리즈 첫 책 잇달아 국내 출간…루공가의 행운·루공가의 치부

'루공가의 행운'과 '루공가의 치부' 표지 이미지 '루공가의 행운'과 '루공가의 치부' 표지 이미지

[도서출판 길·을유문화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한 집안, 즉 한 작은 집단이, 한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열 명이나 스무 명의 개인을 탄생시키면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설명해 보고자 한다."('서문'에서)

악인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가 왜 도덕적으로 타락했는지 이해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 19세기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1840∼1902)가 쓴 20편의 소설 '루공 마카르 총서'는 한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루공 가문과 마카르 집안 인물들의 생애를 조명함으로써 유전과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국내 출판사들은 최근 잇달아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길이 작년 말 펴낸 '루공가의 행운'과 을유문화사가 지난달 출간한 '루공가의 치부'다.

제목이 서로 다르지만, 모두 '루공 마카르 총서' 첫 작품(원제 'La Fortune des Rougon')의 번역본이다. 원제의 '포춘'(Fortune)은 우리말로 '행운'이나 '재산', '운명', '치부'(致富·재물을 모아 부자가 됨)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할 수 있다.

이 소설은 프랑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나폴레옹 3세(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1951년 전후 프랑스 남부 '플라상'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아델라이드는 루공·마카르 가문의 시조 격인 여성이다. 그는 농부 루공과 결혼해 아들 '피에르 루공'을 낳고, 남편이 죽자 밀렵꾼 마카르와 정을 통해 아들 '앙투안 마카르'와 딸 '위르셀 마카르'를 낳는다.

야심만만한 피에르 루공은 밀렵꾼 마카르가 죽자 어머니가 비천한 남성과 부정을 저질렀다는 명목으로 어머니의 재산을 빼앗고 신분 상승을 꿈꾸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쌓는다.

쿠데타가 벌어지자 피에르는 그 소식을 이웃의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알아내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자기 이부(異父)동생의 아들인 실베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피에르는 인면수심의 행동을 하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이지만, 작가는 피에르를 단지 비난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그가 물려받은 유전자와 그를 둘러싼 시대적인 배경을 통해 이해하려 노력한다.

피에르는 어머니로부터 히스테릭한 기질을 물려받고, 한때는 부유했던 가정에서 태어난 어머니가 보잘것없는 마카르와 연인이 되어 이웃에 멸시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 피에르는 쿠데타로 인해 사회가 혼란에 빠지자 이를 기회로 삼는 기회주의자가 된다.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 소설 국내 번역본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 소설 국내 번역본

왼쪽부터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예문·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루공 마카르 총서'는 한때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출간 당시 자국에서 널리 사랑받으며 에밀 졸라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시리즈다.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목로주점'과 '나나', '제르미날' 등의 소설이 모두 이 총서에 속한다.

20권의 소설은 모두 주인공이 다르지만, 이들 모두 루공과 마카르 집안의 일원이며 이 때문에 각 주인공이 신경질적인 성격이나 술과 음식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등 유전적인 특징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목로주점'의 주인공인 세탁소 여주인 제르베즈는 아델라이드의 손녀이고, '나나'의 주인공인 화류계 여성 안나는 제르베즈의 딸이며, '제르미날'의 주인공 에티엔 랑티에는 제르베즈의 아들이다.

이처럼 20편의 이야기는 인간의 성격과 특성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그 뿌리를 집요하게 탐구한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에밀 졸라는 시리즈 첫 작품 서문에 "(이 소설에) 과학적인 제목을 붙여야 한다면 '기원'이 될 것"이라고 썼다.

▲ 루공가의 행운 = 박명숙 옮김. 440쪽.

▲ 루공가의 치부 = 조성애 옮김. 552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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