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트럼프 1기때부터
이미 두사람간 설전 벌어져
26일 장례미사가 치뤄진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가 26일 치뤄진 가운데 불법 이민자 추방을 둘러싸고 그와 10년째 설전을 벌였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의 미국-멕시코간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두고 "걔는 기독교인도 아니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교황은 당시 멕시코를 방문한 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누가됐든 벽만 쌓고 다리를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인간은 그리스도인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카톨릭 신자들에게 트럼프를 찍지 말라는 소리로 들렸다. 사실 트럼프는 터프한 이미지와 달리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술도 일체 마시지 않고, 콜라만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당시 트럼프는 "교황은 멕시코의 느슨한 정책이 미국에 미치는 마약밀매, 범죄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처 보지 못한데서 오는 무식한 소리"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어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IS가 바티칸을 공격한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기도할 것이다"라고 비아냥 댔다.
트럼프는 또 "종교 지도자(교황)가 사람의 신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맹공했다.
당시만 해도 돈많은 떠벌이 억만장자로만 알려졌던 트럼프 후보가 멕시코에 장벽을 설치하고 1100만명에 이르는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약해, 여론조사에서 1위로 뛰어 올라 결국 '트럼프 1기' 대통령이 됐었다.
교황이 미국 신자들에게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
트럼프와 2차 설전 촉발
프란치스코(88) 교황은 11일 트럼프(78)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정책을 비난하면서 미국 주교들에게 이례적인 서한을 보냈다.
"저는 미국에서 불법이민자라며 무차별 추방하는 사태를 예의주시해 왔습니다. 일부 이주민의 불법적 지위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어떤 조치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교황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쓰인 편지형식의 성명에서 신도들에게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반대할 것을 강력한 표현으로 독려했다. 교황은 트럼프의 정책을 '도덕적 타락'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교황은 JD밴스 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도 언급했다. 카톨릭으로 개종한 밴스 부통령은 최근 팍스 뉴스에 나와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을 정당화하면서 세인트 오거스틴의 신학적 개념인 '사랑의 질서(Ordo amoris ) '를 인용했었다. 그는 "내 자녀에 대한 의무가 수천마일 떨어진 낯선 사람에 대한 의무보다 앞설 수 밖에 없다"며 "구글에서 Ordo amoris 단어를 한번 검색해 보라"고 말했다.
교황은 밴스 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한 반박까지 편지에 포함시켰다.
그는 "진정한 '사랑의 질서'란 교리상 (밴스 부통령이 언급한) 그런 뜻이 아니다"며 "'착한 사마리아인'의 우화를 끊임없이 묵상함으로써 뜻을 깨달을 수 있다"고 날카롭게 질책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란 기독교 성경의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비유에서 유래됐다. 한 유대인이 강도에게 공격당해 부상을 입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고 그냥 지나갔지만 오직 사마리아인만이 그를 도와줬다는 이야기다. 당시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은 서로 헐뜯는 적대적 관계였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이웃사랑과 자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다. 이런 철학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으로 현대법체계에까지 도입되기도 했다. 사고 현장에서 타인을 돕다가 본의 아니게 끼친 부상이나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법률이다.
교황의 이같은 맹공에 대해 트럼프는 직접적인 대응은 없었지만 백악관 측은 즉각 반발했다.
카톨릭 신자인 톰 호먼 이민국장은 "바티칸 주변에 벽을 쌓지 않았나요? 그와 같이 우리도 국경을 지키기 위해 벽을 쌓았을 뿐입니다. 교황은 (트럼프 정책을 간섭할 시간에) 카톨릭 교회나 고치시라"고 날카롭게 대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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