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분석⑧ 한동훈] 보수 개혁의 아이콘...배신자 프레임·정치 경험 부족 ‘극복 과제’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조기 대선이 공식화됐다.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를 오는 6월 3일(화요일)로 확정했다.

여권은 정권의 중심이 무너진 가운데 불리한 상황이며, 야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격변 속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투데이신문은 정치평론가들에게 현재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분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강·약점, 극복할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인포그래픽. [사진출처=뉴시스/투데이신문 편집]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며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검사 출신이라는 이력과 젊고 세련된 이미지, 정제된 말투를 바탕으로 단숨에 보수 진영의 스타로 부상했다.

중진 정치인들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움’은 대중의 기대를 자극했고, ‘한동훈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강한 팬덤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라는 격랑을 거치면서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흔들렸다.

당내에서는 ‘윤심에 반기 든 배신자’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중도층과 야권에서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후계자’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처럼 상반된 평가 속에서 그는 정치적 정체성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전 대표는 여전히 유력한 차세대 대권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보수 정치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 얼굴로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 문법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대안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다만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인이라는 점과 계엄 해제 과정에서 드러난 혼선은 그가 넘어야 할 뚜렷한 한계로 지적된다. 정치적 미숙함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확립하는 일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제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치적 독립성과 리더십을 입증해야 할 결전의 순간에 서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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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확장성과 혁신적인 보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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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 정치평론가 5인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이 꼽혔다.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보여준 논리적 설전과 직설적인 화법은 강한 정치적 인상을 남기며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힌 한 전 대표는 절차와 원칙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서, 기존 보수 정치인들과 차별화된 결기를 보였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원칙주의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정치 지형의 역학 관계 속에서도, 한 전 대표의 중도 확장성과 원칙주의적 행보는 분명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에는 반대하나 이재명을 더 반대하는 보수층과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한 전 대표는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중도 확장성과 함께 주목받는 또 다른 강점은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최 정치평론가는 “명태균 게이트에 부담이 없는 인물은 유권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면서 “이는 곧 기존 여의도 정치권과는 차별화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 대표의 이 같은 정치 행보는 보수 진영 내 세대교체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언더73(Under 73)’이다. 1973년생 보수 정치인들이 모여 결성한 이 모임은 김상욱·진종오·김예지 의원 등 이른바 ‘친한계’ 인사들이 중심을 이루며 개혁적 보수의 깃발을 들고 있다.

이들은 국민소환제 도입에 공감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혀 기득권 청산과 국민 주권 강화라는 보수 개혁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김문수·홍준표 후보를 압도하는 신선함과 차별성이 있고, 중도 확장성에 있어서는 안철수 후보보다 더 강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보수 재건의 중심축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와 이동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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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프레임과 정치적 경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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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서 가장 큰 약점은 ‘배신자’라는 프레임이다.

계엄 사태 당시 한 전 대표는 계엄 선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주도했다. 이로 인해 한 전 대표는 여권의 강경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혀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교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배신자 프레임이 세워질 만큼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면서도 “계엄·탄핵 정국 이후 당내 지지에서는 상대적으로 고립된 상황이지만 국민들로부터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경험 부족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한 전 대표는 아직까지 선출직 경력이 없으며, 비상계엄 사건에서 보인 일관성 없는 태도는 그의 정치적 미숙함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12·3 비상계엄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과 함께 계엄을 막아내겠다”며 앞장섰지만 이후 “탄핵은 막겠다”고 입장을 전환했고 또 “대통령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탄핵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탄핵 표결을 앞두고 다시 탄핵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한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최 정치평론가는 “정무적 감각 부족을 드러낸 오락가락한 행보는 큰 약점”이라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향후 정치적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국민들에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 적이 있었나”라면서 “지난 총선을 돌아봤을 때 당 대표로서 당을 장악하거나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을 종합해보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1일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 회담을 마치고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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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의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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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검사 출신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은 한 전 대표에게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검사 출신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검사 출신 정치인의 부상에 대해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제기되는 것도 한 전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김 특임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가 실패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를 사법의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라면서 “한 전 대표 역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바라보는 태도를 보면 여전히 정치인이 아니라 ‘범죄자 대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 특임교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야당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협치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다시 기회를 준다면, 앞으로의 3년은 민주당과 협력해 나가야 하는 시기인데 여전히 ‘이재명 때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또다시 탄핵 정국이나 예산 파행 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역발상으로 민주당과의 협치를 이야기하는 쪽이야말로 중도층에게 훨씬 더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동훈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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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랜드 확립 없이는 생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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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들은 한 전 대표가 이제는 ‘자신만의 정치 브랜드’를 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명확한 만큼, 내부 쇄신과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한동훈 정치’만의 비전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생존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자신만의 정치 브랜드를 확립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라며 “명확한 정치적 브랜드를 구축해 미래가 돋보이는 정치인으로 자리잡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최근 보수 진영에서 논의되는 ‘빅텐트’ 구상은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통합 흐름이 현실화된다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공간 자체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는 한 전 대표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보수 진영 내 세력 결집은 오히려 그의 정치적 독립성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수 진영의 세력 재편이 진행될 경우 한 전 대표는 ‘혁신적 보수’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 한 전 대표가 본선에 오르지 못할 경우, 대권주자로서의 명성과 영향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 특임교수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그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며 “조직적인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과연 정치적 생존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정치 경험 부족’과 ‘검사 출신’이라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정치 브랜드를 확립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통해 경선 과정에서 당내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보수 진영 내 다양한 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성공 여부가 그의 대권 도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