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아든-날리면’ 보도로 도어스테핑이 중단되고 기자실과 대통령실 현관 사이엔 가벽이 세워졌다. 대통령도 언론에 마음의 벽을 쳤다. 언론을 적대시하고 대신 음모론을 전하는 유튜브를 가까이했다.
참모들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면서 대통령과 참모들은 한 공간에서 일하게 됐다. 일부 참모는 청와대 때보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편해졌다고 반겼다. 이 역시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못했다. 늘 격노설이 대통령 집무실을 감쌌다. 대통령은 만류하는 참모들을 뿌리친 채 측근 몇과만 논의한 비상계엄을 끝내 감행했다.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며 밝힌 포부다. 그 포부를 이루고자 취임 당일에 무리해서라도 대통령 집무실을 옮겼다.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공간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가 잘못한 것이다. 대통령이 귀를 닫은 채 아집을 버리지 못하면 어디서 일하든 그의 국정은 성공하기 어렵다. 적대적 언론관, 권위적 의사소통, 편협한 인사를 떨치지 못한 대통령 탓에 용산 대통령실까지 어두운 역사를 떠안게 됐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대통령실을 어디로 옮길 건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어떤 후보는 용산 대통령실을 ‘내란의 본산’이라며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고 한다.
어디서 일할지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일할지다. 전략산업 육성과 통상위기 극복, 사회 통합과 정치 복원, 새 대통령 과제에 비하면 집무실 위치는 아주 사소한 문제다. 그리고 어디서 일하든 참모와, 정적과, 국민과 항상 소통하는 게 대통령의 책무다. 집무실 위치 같은 사소한 것부터 집착과 독단으로 밀어붙이다 망가진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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