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라는 이중 악재가 덮치며, 주요 철강사들이 수익성 확보와 산업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엇갈린 1분기 실적 속에서도 체질 개선과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4370억원, 영업이익 568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철강 부문 실적만 보면 매출 14조9630억 원, 영업이익 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32.7% 증가했다. 생산량은 소폭 줄었지만 원가 절감과 제품 가격 방어 전략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매출 5조5635억원, 영업손실 19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데서 적자 전환했다. 노조 파업과 건설경기 침체 영향이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판매량은 412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동국제강은 별도 기준 매출 7255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1.8%, 영업이익은 91.9% 감소했다. 주력 부문인 봉형강 내수 판매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렸으며, 그나마 후판 부문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잠정 관세 효과로 판매가 소폭 늘었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각사가 처한 시장 환경과 사업 구조 차이에서 비롯됐다. 포스코는 공장 수리로 생산량이 줄었지만, 원가 절감과 고부가 제품 전략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 현대제철은 임단협 갈등과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며 실적이 악화됐고, 동국제강 역시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산 철강재 공세에 직면하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 일부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은 구조 조정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일 뿐, 시장 전반의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며 “중국산 철강재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미국 수출길도 여전히 막혀 있어 업계 전반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저마다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강도 높은 비용 절감과 사업 재편을 추진해왔다. 적자가 이어진 중국 장강법인은 연내 매각 여부를 결정하고, 인도·베트남 등 기존 거점은 재조정에 들어갔다. 인도에서는 JSW그룹과 합작을 추진 중이며, 2031년 준공 목표로 일관제철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공동으로 미국 내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이 주도하고 총 8조3000억 원을 투자해 자동차강판과 일반강을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절반 이상의 투자금을 직접 부담한다.
동국제강은 내수 위축에 대응해 칼라강판과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저탄소 전기로 기반의 친환경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일본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수출 전략 강화를 위해 수출전략팀과 영업지원 부서를 신설했으며,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보강근 브랜드 ‘디케이 그린바’ 초도 출하와 대형 용접형강 브랜드 ‘디-메가빔’ 등 신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공급과잉이 심한 상황에서는 단순히 물량을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결국 고부가 제품으로 시장을 나누고, 수출 시장도 다양하게 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도 철강산업의 위기를 인식하고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철강산업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업계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을 병행 중이다. 오는 6월에는 철강업계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대응, 산업 기반 유지, 친환경 전환을 아우르는 실행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철강업계가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내수 침체와 중국산 철강재 물량 확대로 인한 수출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전환을 뒷받침할 인프라와 수요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2분기에도 철강업계는 건설 경기 부진으로 내수 회복이 쉽지 않고, 글로벌 덤핑 규제를 피해 나온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와 주변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국내 시장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하면 중국산 철강재와 가격 경쟁에 직접 나서야 할 수 있고,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민 교수는 철강업계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필요한 기반 조성도 강조했다. 그는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려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수소의 생산·보관·유통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초기 시장 가격 정상화를 지원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며 “기업이 고비용 수소를 감당하는 데만 맡겨서는 시장이 성장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주도의 인큐베이팅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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