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압구정에 늠름하게 자리한 한성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을 찾았다. 국내 한 명뿐인 여성 벤츠 영업이사, 전설적인 딜러이자 두 아이의 엄마, ‘지독함’ 하나로 무수저에서 200억 자산을 일군 이야기로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몰고 있는 인물, 윤미애 이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휘황찬란한 단어와 숫자들 너머 진짜 궁금했던 것은 글과 영상에서부터 느껴지는 단단하고 당당한 에너지의 근원이었다.
Q. 최근 출간하신 책 제목이 『가진 게 지독함뿐이라서』입니다. ‘지독함’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단어일 텐데요. 이사님께 지독함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지독함이라는 걸 두렵다거나 불편한 단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원고를 다 쓰고 출판사와 미팅을 하는데, 출판사에서도 제가 참 지독하게 살아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전무님이나 주변 지인들도 절 그렇게 표현해요. 하지만 저는 좋게 받아들여요. 출판사가 제목을 이렇게 뽑았을 때 싫지 않았어요. 저를 딱 표현하는 단어거든요. 아마 오늘 저와 인터뷰하고 가시면 ‘진짜 그렇네’ 생각하실 거예요.
Q. 지독함이 스스로나 주변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어떻게 균형 잡아 오셨나요?
균형 안 맞춰요. 저는 지독한 게 잘 맞아요. 그러니 개인이 잘하면 되는 차 세일즈가 맞는 거예요. 숫자로 보여주면 끝이니까요. 극명하게 개인 실적이고 개인 성과니까 굳이 다른 사람들하고 균형을 맞춰가지 않아요. 그렇다고 절대 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안 하죠.
Q. 이사님을 설명하는 번외 키워드는 ‘완벽함’이 아닐까 하는데요. 인간이 완벽할 수 있나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때는 없나요?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저도 부족한 지점이 있어요. 아이들 스케줄 같은 일들은 자주 잊어버리죠. 그런 지점은 좀 내려놓는 편이에요. (더 이상 써넣을 공간도 없어 보이는 핸드폰 달력 앱 화면을 보여주며) 여기에는 개인 스케줄은 넣지 않고 집에 있는 달력에 표시하는데, 기념일 같은 걸 자꾸 놓쳐요. 확실히 허점이 있어요. 그래도 남편이 워낙 손과 발이 되어줘요.
Q. 누군가는 “자신의 100% 말고 80%만 해야 안 지치고 오래 간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늘 120% 이상을 하면서 번 아웃이 온 적은 없었나요?
사람들이 저한테 간혹 그러거든요.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 부러진다고.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에요. 준비하고 계획하고 한 발씩 노력해서 올라가는 건데 왜 부러져요?
Q. 영업, 육아, 유튜브, 책 쓰기, 일하면서 틈틈이 한 공부로 박사까지 따셨다고요. 이 모든 걸 해내는 비결이 뭔가요?
어떤 계획을 하고 목표를 세우면 저는 그걸 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늘 일은 이만큼을 해야 돼, 그러면 그냥 하는 거죠. 늘 해내니까 보는 분들은 “그런 에너지나 열정이 어디서 나오세요?”라고 묻는데 막 거창한 뭔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윤미애의 성향입니다. 물론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거니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도 빼고 좋은 거 많이 먹어요. 음주도 많이 자제하고 있고,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때 보약도 챙겨 먹고요.
Q. 본업인 영업에서, 어떻게 여러 가지 일로 확장하게 됐나요?
꼬마 때부터 워낙 한 가지만 하고 살았던 적이 없어서요. 일하고 공부하고 연애도 하면서 세 가지 이상은 늘 했던 사람이라 습관이 됐나 봐요. 요즘 불경기라 자동차 시장도 힘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잉여 시간이 발생하면 그걸 못 버티는 것 같아요. ‘뭔가를 더 해야 하는 것 같아’라는 생각에 트렌드를 살피며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거죠. ‘지금은 개인 브랜딩을 해야 되는구나’ 느껴 책도 쓰고 유튜브도 하고, 이런 인터뷰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외모도 경쟁력이다”라고 하셨죠. 외모뿐만 아니라 시간, 감정, 관계 등 자기 관리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 보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리 항목과 노하우는 뭔가요?
시간 약속, 스케줄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변수가 있어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사람하고는 개인적인 약속을 안 하게 되죠. 저는 “제가 1년 뒤에 선팅 해드릴게요” 하면 해드리거든요. 제 고객들은 “윤미애가 1년 뒤에 해준다고 그러면 하는 거야” 딱 압니다. 약속을 지켜 왔으니까 말에 무게가 실려요. 재구매와 소개 고객이 많은 이유죠.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말한 것에 책임을 지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허튼 말을 안 하게 돼요.
Q. 자녀들에게 “양치해!”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고요. 스스로 매일 되새기는 문장도 있나요?
한 영업사원이 차가 너무 안 팔려서 컨설팅을 요청했대요. 그랬더니 처방이 뭐였냐면 일회용 치약 칫솔이었어요. 그걸 듣고부터 양치 결벽이에요. 아이들에게도 매일 강조하죠. 저 스스로, 그리고 우리 직원이나 손님들에게도 계속 하는 말은 “안 되는 게 어딨어?”예요. 사람이 하는 일, 안 되는 게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되게 만들려는 의지인 거죠. 손님이 제가 파는 걸 안 산다고 했을 때 “네,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왜 안 사세요? 뭐가 마음에 안 드세요? 어떤 게 부족하세요? 뭘 더 해드리면 사실 거예요?” 집요하게 시도하고 또 해요. 이 일을 꼭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방법을 찾으려고 해야죠.
Q. 지독한 ‘일잘러’이신데,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뭔가요?
오너십(ownership)이예요. 내 회사라 생각해야죠. 작게는 이면지 쓰는 것, 회사 전시장에 뭐가 떨어져 있으면 줍는 것. 차만 띡 파는 거 아니거든요. 여기 한 달 월세가 얼마인데 손님이 하루 한 팀도 없어 봐요. 오너 마음을 모르는 친구들은 회사에서 나한테 뭘 해주느냐만 중요한 거죠.
Q. “차를 파는 게 아니라 나를 판다”는 말에서 이사님의 세일즈 철학이 느껴집니다. 개인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벤츠 딜러샵이 여러 군데인데 저희 한성자동차에 윤미애가 있으니까 여기에서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윤미애라는 브랜드죠. 예를 들어 제가 KCC나 효성으로 가면 거기서 사시겠죠. 제가 포르쉐에 가면 포르쉐를 사는 거예요. 벤츠를 많이 탄 손님들이 제게 언제 롤스로이스, 페라리, 벤틀리로 갈 거냐, 농담처럼 그러시거든요. 이제는 타 브랜드 차도 좀 타고 싶은데 윤미애가 ‘기승전 벤츠’로 몰아서 차를 파니까.
Q. 어떻게 윤미애라는 브랜드를 구축해 온 건가요?
차를 팔 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상속세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고객이 있으면 상속세 담당 세무사를 소개해 주는 일까지 하면요, 손님들은 어느새 윤미애를 단순히 벤츠 딜러라고 생각하지 않게 돼요. “윤미애한테 가면 다 해결이 돼”라고 생각하게 되죠. 저는 벤츠만 팔고 싶지 않거든요. 향후에는 그림도 팔고 부동산도 팔고… 뭐 팔고 싶은 게 많아요. 신뢰를 쌓아놨기 때문에 저에게는 아주 좋은 풀이 있잖아요. 저는 세일즈라는 직업 자체를 너무나 사랑하고, 세일즈가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Q. 세일즈 현장에서 수많은 고객을 만나며 느끼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뭔가요?
소통 능력이죠. 저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얘기하고 눈 맞추는 걸 편안해해요. 호기심이나 관찰력, 대화 주제로 뭘 끄집어내야 하는지 그런 캐치력도 참 좋아요. 워크인으로 전시장에 들린 손님들이 저를 만나 여기 상담실까지 들어오면 다 계약하거든요. 모두 “계약까지 하려고 안 했는데….”래요. 그런데 전시장에 온 건 벤츠에 대한 관심이 1%라도 있기 때문이잖아요? 계약서를 쓰게끔 이끄는 스킬은 내 몫인 거죠. 이 사람한테 뭘 물어봐야 되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 할까? 관심사가 뭘까? 그렇게 얘기하다 보면 우선 나랑 친해질 거잖아요. 같은 차 살 거라면 윤미애한테 사지 않겠어요?
Q. 남다른 소통과 관찰 능력은 어떻게 키워왔나요?
늘 귀나 눈을 열어놓으면 돼요. 전 어려서부터 눈칫밥을 많이 먹어서, 좋게 말하면 센스가 탁월하게 발달한 것 같아요. 엄마로 부른 사람이 여러 명 있었고, 새엄마네 집에서 자랐어요. 제가 대학에 가겠다고 했을 때 아빠는 새엄마 눈치를 보며 제게 손찌검했죠. 그리고 어릴 때 IQ가 98이었는데요.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메모를 시작하게 된 거고 그게 습관이 되어 지금의 꼼꼼한 고객 관리에 아주 아름답게 발현된 것이라 생각해요.
Q. 이 시대의 ‘일하는 여성’ 그리고 ‘말하는 여성’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일하는 여성들은 계속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맞벌이하다 육아나 부모님 부양 등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대부분 여자들이 쉬잖아요. 그게 저는 좀 안타까워요. 그렇다고 남자가 하라는 게 아니라 비용을 들여 할 수 있는 다른 대안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여자가 경쟁력이에요. 일들을 얼마나 잘하는데요. 똑똑하고 센서티브하고 멀티태스킹도 돼죠. 주변에 10년 이상 일한 여성분들 되게 많은데요, 육아, 일, 경제적인 능력 다 너무 탁월해요. 그런 분들이 육아 한다고 경단녀가 되는 건 사회적 손실이에요.
Q. 이사님이 계속 일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을까요?
저한테 “이쯤 되면 차를 적당히 팔아도 되지 않냐”고들 하는데요, 지금 51살인데 벌써 쉬면 뭐 할 거예요? 건강하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집에서 누워 있거나 맨날 책 보고 골프만 치고 다니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남편도 버니까 다행히 먹고 사는 데 크게 지장 없겠죠. 그런데 저는 하고 싶은 말 하려고 일하는 거거든요. 어느 회사에서나 성과를 내야 자신의 말이 먹혀요. 일하는 여성들이 계속 일을 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어요.
Q. 최근에 어떤 책 읽고 있나요?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3대 7 법칙(내가 3을 얘기하고 손님이 7을 얘기한다)’처럼 실생활에서 제가 정말 활용하고 있는 세일즈 방식이 책에 다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재작년에는 너무 지독하게 일했는지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기분이 들어 『불편한 편의점』 같은 힐링 소설도 자주 찾았어요.
Q. 앞으로 쓰고 싶은 책,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윤미애’라는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길 바라나요?
제 얘기가 영상화되면서 좋은 분들이 제안을 많이 해 주셨어요. 세일즈를 제대로,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세일즈를 알려주는 영상이나 콘텐츠 되게 많은데요. 유명한 분들도 막상 살펴보면 원래 세일즈 하던 선수들이 아니더라고요.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이 직접 “난 이렇게 세일즈 했다”라고 말하는 게 훨씬 영향력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 파는 사람들이 “내가 공부만 잘했어도 차팔이 안 한다” 스스로 폄하하는 얘기, 난 너무 싫어요. 전문 직군들도 결국 다 세일즈예요. 변호사, 의사 자격증 따 놓으면 뭐 해요? 손님을 못 모으면 문 닫아야 하는데요. 세일즈 마인드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한 시간가량 오간 질문과 답변을 통해 그만의 단단하고 당당한, 거침없는 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가 또렷해졌다. 자기 업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 허투루 하는 말이나 행동이 없는 철저함, 그렇게 쌓아 올린 신뢰. 연봉 10억, 자산 200억이라는 번쩍이는 숫자 뒷면에는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나날들이 윤미애라는 이름을 보증하고 있었다. 그런 건 누구도 망가뜨릴 수 없다. 지독함은 어쩌면 모든 걸 가능하게 하고, 많은 걸 가지게 한다.
[독서신문 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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