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야잔이 K리그에 오자마자 보여준 강렬한 활약은 리그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센터백의 반년이라도 해도 될 것이다. 그의 합류를 통해 서울의 순위는 쭉 올라갔다. 요르단 대표팀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게 엄연한 실력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두 번째 시즌 역시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는 야잔을 서울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야잔은 경기장 위에서 터프한 것과 달리 이야기를 나눌 때 순박하고, 심지어 귀여운 면이 있는 선수였다. 매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한 뒤 너무 길게 말해서 재미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주기도 했다.
▲ FC서울에서 뛰는 지금이 가장 좋다
야잔은 ‘저니맨’이었다. 모국 요르단의 친정팀 알자지라에서는 오래 뛰었지만 2019년 첫 이적 이후 5년 동안 5번이나 팀을 옮겼다. 말레이시아, 카타르, 이라크를 거쳐 한국에 왔다. 그는 이적이 잦았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어디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팀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 FC서울입니다. 스스로 더 경험을 쌓았고 기술적으로도 성숙했다고, 발전했다고 느끼거든요. 저의 가장 좋은 모습이 지금입니다.”
서울에서는 더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의지도 이야기했다. “서울 팬들의 응원은 언제나 감사해요. 축구선수가 늘 돈만 좇는 게 아니죠. 사람들이 자주 중요해요. 오래 남고 싶어요. 정말 행복하거든요. 제가 언제나 팀을 옮기고 싶어서 작업하는 선수는 아니에요. 저와 구단이 모두 동의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야잔은 김기동 감독에 대해 “이제까지 겪은 감독 중 최고”라고 했다. “자신만의 색깔도 있으면서 선수들에게 유연하게 대해요. 선수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믿어줘요. 이런 면이 선수들에겐 아주 도움이 되죠. 구체적으로 이때는 이렇게 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데 선수가 더 발전하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감독이죠.”
인터뷰를 마친 직후 지나가던 김 감독이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저거 지난 경기 헛발질했는데 뭣하러 인터뷰를 해 주냐’라고 그다운 농담을 던졌다. 감독의 도발이 익숙한 듯, 야잔은 ‘인터뷰를 자꾸 시키니까 헛발질하는 거 아니냐’라고 받아쳤다. 김 감독은 “어 그럼 인정”이라며 손을 흔들더니 더 농담할 거리를 잠시 고민하다 사라졌다.
▲ 손흥민, 쿠티뉴, 니코 윌리엄스보다 더 막기 힘들었던 ‘중동의 왕’은
야잔이 직접 상대해 본 공격자원 15명을 추려, 그 중 가장 막기 힘들었던 선수를 서든데스 방식으로 물었다. 초반에는 황희찬이 아크람 아피프(카타르 및 알사드, 소속팀은 야잔과 상대한 팀 기준), 양민혁(강원)을 연파했다. 세징야(대구)가 황희찬을 이겼다.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이강인(한국)이 세징야보다 껄끄러운 선수로 꼽혔다. 이강인은 이후 아이멘 후세인(이라크), 주민규(대전), 알리 마브쿠트(UAE), 이상헌(강원)을 연파했다.
손흥민(한국)이 이강인보다 더 껄끄러운 선수로 올라섰는데,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뜻밖의 선수가 ‘야잔의 역대 가장 힘든 상대’로 꼽혔다. 살렘 알도사리(사우디아라비아)였다. 야잔은 한참 고민하다가 손흥민 대신 알도사리를 꼽았다. 알도사리는 필리페 쿠티뉴(알두하일), 니코 윌리엄스(스페인), 산티 카솔라(알사드) 등 브라질과 스페인의 스타 2선 자원들도 모두 이겼다.
왜 알도사리가 가장 껄끄럽고, 손흥민이 2등이냐고 물었더니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중동에서 알도사리의 위상이 엄청나다는 것. 두 번째는 A매치에서 손흥민을 잘 막아낸 야잔의 자부심이 크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살렘은 아시아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니까요. 아시아 최고 선수상 수상자잖아요. 사우디아라비아 레전드고, 아주 훌륭한 선수죠. 한 포지션만 뛰는 게 아니고 윙어도 10번(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 가능해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상대로 골도 넣었어요. 아마 15년 넘게 알힐랄에서 뛰는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유럽 진출도 쉽게 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사우디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남아 있는 거죠. 유럽 진출을 하더니 금방 돌아오더라고요.”
실제로 알도사리는 유럽 빅 클럽에서도 주전을 차지할 정도로 화려한 선수들이 잔뜩 영입된 뒤 여전히 알힐랄의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곧 8강이 진행되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득점 2위다.
▲ 손흥민을 막은 게 특히 기쁜 이유, ‘리스펙’하니까
손흥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야잔은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듯 보였다. 야잔은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 손흥민을 성공적으로 막아내 무승부의 주역이 됐다. 수비에 성공할 때마다 유독 거칠게 포효하는 모습은 마치 ‘내가 월드클래스를 또 막았다’라고 외치는 듯했다.
“소니는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고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손흥민을 상대했을 때 그가 리더로서, 경험 많은 선수로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갔어요. 어시스트도 하고 득점을 시도했고요. 하지만 우리가 그를 상대로 잘 수비해 냈다고 생각해요. 전반전에 그의 움직임을 읽어내려 했고, 그 뒤에는 어떤 움직임으로 뭘 노리는 지 파악했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은 아시죠?”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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