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석달만에 미국 전역에서 反트럼프 시위가 불붙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전국적으로 50만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인 19일(이하 현지시간)에는 워싱턴 DC와 뉴욕, 시카고 등 미국 전역 700곳에서 300만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또, 클린턴 오바마 바이든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석달 만에 가장 낮은 42%를 기록했고,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로 과반을 넘었다.
700곳서 300만명 이상 시위 참가.. 풀뿌리 저항 캠페인 ‘50501 운동’이 주도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9일 워싱턴DC,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를 포함해 미 전역에서 300만 명 이상이 反트럼프 시위에 참가했다. 지난 5일 처음으로 5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지 2주 만에 규모가 6배 증가한 것이다.
이번 시위는 소셜미디어 레딧에서 시작된 풀뿌리 저항 캠페인인 ‘50501’ 운동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50501은 미국 50개 주(州)에서 50개의 시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50501 운동은 △민주주의 수호 △헌법 수호 △행정권 남용 반대 △비폭력 풀뿌리 운동을 표방한다. 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이민 정책, 예측 불가능한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 연방 인력 감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워싱턴 DC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의사당과 워싱턴 기념비 사이에 위치한 공원인 내셔널 몰에 모여 ‘트럼프는 물러나라’, ‘트럼프는 집에 가라’ 등의 현수막과 성조기를 들고 백악관으로 행진했다. “왕은 없다”, “파시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피켓과 구호도 등장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테슬라 매장 밖에서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연방 공무원 대규모 감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전임 대통령 3인, 현직 대통령 비판 행진 “이례적”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임 대통령들이 한목소리로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전직 대통령이 후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계의 관례가 깨졌다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 테러 30주년 추도식에 참석해 “현재의 미국은 조금이라도 더 사익을 얻기 위해 진실을 왜곡해도 상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는 1995년 4월 19일 미국 육군 출신의 사교집단 광신도이자 반(反)정부주의자인 티머시 맥베이가 오클라호마시티 알프레드 뮤라 연방건물 청사 바깥에 주차된 트럭에 폭탄을 장착해 건물을 폭파한 사건이다.
사망자 168명, 부상자 약 600명을 남긴 이 참사는 미국에서 자생적인 테러범에 의해 자행된 최대 테러사건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근년 들어 나라가 더 양극화했다”며 ”만약 우리의 삶이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노력에 의해 압도된다면 더 완벽한 미국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장애인 단체 행사에서 “100일도 안되는 기간에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야기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은퇴자와 산재피해자, 저소득 가구 등 7천300만 명에게 연금과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하는 사회보장국(SSA)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SSA에 도끼를 내리쳤다”고 평가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모교인 하버드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를 ‘불법적 억압’이라고 규정하며 정면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다양성 프로그램 폐지, 학내 시위에서 마스크 착용, 반유대주의 의심 프로그램 개편 등을 요구했다.
이에 하버드가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거부하자 22억6000만달러(약 3조2225억원) 규모의 보조금 및 계약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버드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거친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모든 하버드 학생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함으로써 다른 고등 교육기관의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다른 교육기관들도 이런 행보를 따르기를 희망해보자”고 덧붙였다.
각기 다른 이유로 민주당 소속 전직 대통령 세 명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트럼프 지지율, 취임후 최저 42%…'3선 도전 반대' 75%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 성인 4천3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2%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조사에서 기록된 지지율 43%보다 1%포인트 낮은 수치로 취임 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법원의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갱단 조직원이라는 혐의를 받은 불법 체류 외국인을 추방한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83%가 “대통령은 원하지 않더라도 연방법원의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캠퍼스 내 반(反)이스라엘 시위 등을 이유로 대학 예산을 삭감하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응답자 57%는 대통령이 대학 운영 방식을 문제 삼아 해당 대학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가 46%로 찬성(45%)을 넘어섰다.
아울러응답자의 59%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답했고 응답자 4명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3선을 시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3선 도전에 대해선 공화당 지지자들도 53%가 반대했다.
미 CNBC 방송이 지난 9∼13일 미국인 1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3%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55%에 못 미쳤다.
CNBC 여론조사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낮은 것은 지난 1월 취임 이후는 물론 그의 재임 1기 기간을 통틀어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나 됐다.
응답자의 49%가 전면적인 관세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찬성한다는 답변은 35%에 그쳤다. 내년 미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 비중은 49%로 2023년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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