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크면 클수록 좋다’는 옛 격언, 자동차에도 통했다. 올해 들어 단순한 실용성이나 연비보다는 차가 주는 ‘존재감’과 ‘품격’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대형 SUV는 물론 픽업트럭, 전기차까지 몸집을 키운 모델들이 전례 없는 인기를 끌며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계약 하루만에 완판 소식을 전한 캐딜락의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인한 외관 디자인과 함께 초호화 실내, 2열 리무진 시트 옵션 등 ‘럭셔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웅장한 크기와 고급스러운 내외관으로 호평받고 있다. 여기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고급 오디오 시스템까지 더해지며 프리미엄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하며, 럭셔리 풀사이즈 SUV의 기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연비와 출력 효율을 높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팰리세이드 2.5 터보 하이브리드의 최고 연비는 리터당 14.1㎞,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334마력, 46.9㎏f·m이다. 동급 모델의 가솔린 2.5 터보 모델 대비 연비는 45%,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19%, 9%를 높였다.
성능 뿐 아니라 풀체인지 이후 개선된 주행 안정성, 3열 공간 효율성, 고급 내장재 등의 조화로 ‘가성비 대형 SUV’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산층의 실질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넓은 실내 공간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 다양한 주행 모드 제공은 가족 단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으며, 지난 3월까지 미국시장서 50만6425대를 파는 등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풀사이즈 모델은 전기차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기아 EV9을 비롯해, 현대차 아이오닉9, 캐딜락 리릭 등 신형 대형 EV들이 연이어 공개되며 전기차의 이미지 또한 ‘작고 실용적인 탈것’에서 ‘크고 고급스러운 모빌리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캐딜락 리릭은 수입 전기차 중 보기 드문 대형 SUV로, 압도적인 전면 디자인과 33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등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아이오닉 9 역시 넉넉한 휠베이스와 E-GMP 플랫폼 기반으로 넓은 실내공간, 3열 전기 SUV라는 드문 포지셔닝으로 ‘패밀리 EV’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친환경성과 실용성, 공간 효율성을 고루 갖춘 대형 EV들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전기차 시장의 주력 제품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모빌리티의 라이프 스타일화’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연비가 차량 선택의 핵심 요소였다면, 이제는 실내 공간과 존재감, 운전의 품격이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이후 다인 가구나 레저 활동이 활발한 소비자층은 넉넉한 공간 활용성은 물론, 도로 위에서의 시각적 위용까지 고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단순히 크기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차를 타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라는 이미지까지도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완성차 브랜드들은 단기간의 판매량과는 관계 없이 대형 차량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별 플래그십 모델들은 이제 기술과 디자인의 집약체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움직이는 쇼윈도’ 역할을 한다”며 “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확장은 향후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 차세대 기술의 적용 무대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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