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반성이나 자중의 목소리 없이 예능적인 요소만을 접목한 경선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경선 과정의 화제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경선 토론회에서 MBTI(성격유형지표) 자기소개와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밸런스 게임’, 심박수 공개 등을 도입해 재미의 요소를 더한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즐기는 게임으로 경선의 주목도를 높이고 중도층의 관심을 이끌겠다는 취지였지만 후보들 간의 막말과 답변 거부, 장외설전까지 더해지면서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하기보단 논란의 여지를 남긴 경선으로 연일 시끄럽다.
“바퀴벌레냐, 바퀴냐” 양자택일 예능 경선
“다음 중 하나만 골라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1번 바퀴벌레로 태어나기, 2번 자동차 바퀴로 태어나기”
“둘 중 한 사람을 반드시 변호사로 선임해야 한다면? 1번 검사사칭범, 2번 입시비리범”
MZ세대에서 유행하는 밸겜, 이른바 ‘밸런스게임’이 차기 대선 주자를 가르기 위한 경선 토론회에서 나왔다.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연습 문제였지만 홍준표 후보는 “둘 다 싫다”, 나경원 후보는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8명이 대선 예비 주자들이 나왔다. 후보들이 많은 만큼 정책을 두고 난상토론을 하고 탄핵 이후의 정치 상황을 짚어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등 심도 있는 토론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책과는 관계없는 질문으로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후보들 간의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만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정치 이벤트를 통한 지지율 상승효과’,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지만 상대 후보를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고 공약 준비도 부족해 후보들이 정책을 두고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경선 토론회를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본 누리꾼들은 “대선이나 정책과는 아무 관련도 없고 재미도 없는 밸런스 게임”,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 “대선에서 일부러 지려고 이러는 건가”, “내가 다 창피하다, 누구 아이디어?”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키높이구두·보정속옷” 인신공격 발언도 나와
후보들 이어 캠프 인사들도 장외설전
토론회에서는 ‘키높이 구두’와 ‘보정속옷’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도 나왔다.
홍준표 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오늘 오기 전 ‘청년의 꿈(홍 후보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꼭 질문해달라고 올라온 것인데 키도 크신데 뭐 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냐”고 물었다.
한 후보는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것 보면 (질문을 한 사람이) 청년이 아니신 것 같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의 대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머리냐, 보정속옷 입었느냐는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다”며 인신공격을 이어갔고 이에 한 후보도 “유치하다”고 응수했다.
이러한 신경전은 토론이 끝난 뒤 장외 설전으로 이어졌다.
홍 후보는 20일 경선 토론회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앞으로 정치 계속하려면 이미지 정치하지 말라고 한 질문을 못 알아듣고 비(B)급 질문 운운하니 그 캠프에는 비급 인사들만 모여 있는 모양”이라며 한 후보를 지적했다.
이는 앞선 홍 후보의 키높이 구두 발언에 대해 김근식 한동훈 캠프 정무조정실장이 “비급 질문이다, 한심하고 부끄럽다, 정치 선배라면서 술자리에서나 키득거릴 농담을 당 경선 토론회에서 거침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에 반응하며 올린 글로 홍 후보는 “외모에 집착하고 셀카만 찍는 건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하다, 겉보다 속이 충만해야 통찰력이 생기고 지혜가 나오고 혜안이 생기는 거다, 다음에 토론할 기회가 온다면 좀 더 사려 깊게 질문하고 답변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후보 캠프 특보단장을 맡은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눈썹 문신 1호 정치인이 이미지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 경상도 상남자인 줄 알았는데 하남자다”라고 맞받아치며 캠프 인사들의 설전도 이어졌다.
이에 한 후보는 홍 후보의 특활비 의혹을 들췄다. 한 후보는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다른 분들하고 달리 탈당한 경험도 없고 특활비를 집에 갖다 준 경험도 없지 않느냐,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홍 후보를 겨냥했다.
나경원 “뻐꾸기 그만하고 안철수당 만들라”…안철수 “몰염치의 끝”
안철수 후보의 나경원 후보도 20일 경선 토론회가 끝난 직후 장외에서 맞붙었다.
나 후보가 토론에서 “중도 확장을 얘기할 게 아니라 체제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안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1980년대 군사정권 민정당 시대로 돌아간 듯한 발언”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나 후보는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다니는 뻐꾸기 그만 하시고 차라리 탈당해서 안철수당 만들어 갈 길을 가시라”고 응수했다. 이에 안 후보가 “몰염치의 끝”이라고 지적하는 등 토론회와는 관계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국힘 당 안팎에서도 “위기의식 없는 저급한 유튜브” 비판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경선 토론회를 두고 “위기의식이 없다, 경선 토론을 희화화시켜 버렸다, 엄중함에 대한 정상적 인식이 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21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서 “저는 A조, B조 나눈 토론회 형식을 기획한 것이 마음에 안 든다, 대통령이 파면당한 후 우리 측 책임으로 치르는 대선인데 예능 프로그램 같이 기획했다”며 “MBTI니 밸런스 게임이니 이런 것들을 하는 것이 과연 엄중함에 대한 정상적 인식이 있느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의>
김근식 위원장은 “조별 토론이 이뤄져 (후보자 간) 날선 공방이나 생산적 토론이 될 수 없다, 임하는 우리 선수 네 분도 열심히 하셨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는 21일 시사저널TV <노빠꾸 정치> 인터뷰에서 토론회에 대해 “국민의힘은 전혀 위기의식이 없고 국민들 복장만 터졌을 것 같다”고 비판하며 “본인들의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탄핵 조치되면서 열리는 대선인데 토론 시작 전에 후보들이 다 같이 사과하고 시작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의힘이 이렇게 위기의식 없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노빠꾸>
이어 홍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키높이 구두, 생머리, 보정속옷” 등의 외모와 관련된 질문을 한 것을 두고 “경선 토론을 희화화시켜 버렸다, 정말 유치찬란하고 저급한 유튜브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이건 컨벤션 효과가 아니라 컨벤션 역효과다, 이런 식의 난장판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수 국민의힘 전 대변인도 21일 <뉴스fm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 에 출연해 “토론 방식을 예능형, 가족오락관형 의자 뺏기로 주제를 정하고 MBTI를 얘기하고 그다음에 마지막에 밸런스 게임은 정말 저는 최악”이라며 “바퀴벌레냐 바퀴냐는 도대체 누가 만든 질문인지 당내에서 이런 질문을 기획한 것에 대해 문책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뉴스fm>
김지호 민주당 전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도 같은 방송에서 “저는 B조가 죽음의 조라고 해서 봤는데 B조는 웃기는 조, A조는 덜 웃기는 조였다, 웃기시려고 나온 건지 불쾌감을 주려고 나오신 건지 정말 한심스러웠다”며 “홍준표 후보는 대구시장까지 그만두고 와서 한동훈 대표에게 물어본 그런 질문은 정말 굉장히 불쾌했다, 사람의 외모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을 준 부분은 사과했으면 좋겠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재미를 위해 그랬다는 게 더 불쾌하다, 저는 재미있으려고 국민의힘 경선을 본 게 아니라 내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궁금해서 봤는데 그런 치졸한 질문에서 굉장히 유감”이라며 “안철수, 한동훈 두 분만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로서 확실한 국가관이 있지 다른 사람들은 국가 반역을 미화하는, 정치 지도자로서 그 자리에 설 수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1일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에서 “선 후보 경선인가라고 생각할 만큼 수준이 낮고 형식과 내용이 국민들 앞에 선보이기 부끄러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며 “토론회 후에도 장외 설전을 계속하고 있는데 적어도 대선 후보 경선이라면 국가를 어떻게 바꾸고 변화시킬지 국가 발전에 대한 전략과 비전이 나와야 하는데 삿대질만 오고 갔다, 경선 토론이 아닌 그냥 패싸움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권순표의>
민주당, 국민의힘 경선에 “저열한 수준·자폭경선” 비판
박찬대 “국힘은 이제라도 후보 내지 말라”
전현희 “막장경선, 영락없는 자폭부대”
민주당은 국민의힘 경선에 대해 “삼류 정치”라며 비판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경선 토론회가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라며 “내란에 대한 반성도, 미래를 이끌어 갈 비전도, 조기 대선이 열리는 이유에 대한 사과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저열한 수준의 후보를 낸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며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후보를 내지 말라”며 “국민의힘은 없고 온통 민주당만 있는 토론회였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배출한 한때의 여당으로 국정 혼란과 위기를 낳은 책임을 지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염치이지만 어떤 반성과 사과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비전 대신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내란의 원인을 민주당으로 돌리며 극우 유튜버처럼 이야기한다, 스스로는 설 수 없는 정당, 이것이 국민의힘의 민낯이고 후보들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의 막장 대선경선을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놓고 경쟁해야할 국힘의 대선경선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며 “자폭경선이자 국힘 분당대회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은 “"대선후보들이 탄핵된 내란수괴 윤석열과 누가 더 친했는지를 자랑할 양이면 차라리 서초동으로 가서 충성배틀이나 하라”며 “염치없이 출마한 후보들조차 미래비전과 정책없이 오직 반이재명 공세에만 집중하는 꼴이 영락없는 국힘 자폭부대”라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경선 토론은 가짜뉴스와 인신공격으로 얼룩졌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대놓고 무시하는 내란공조정당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대선 후보를 선출할 자격도 없는 정당이 자격도 없는 후보들을 모아놓고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니까 대한민국의 정치를 놓고 삼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대선에서 기필코 승리해 제2의 윤석열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내란세력을 발본색원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 “수준 이하 국힘 경선, 국정 논란 사과 없어” 비판적 평가
언론들도 22일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 경선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 <‘키 높이 구두’ ‘생머리냐’ 수준 이하 국힘 경선>에서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선거에선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유권자에게 사과하거나 변화의 의지를 밝힌다, 대선도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힘은 계엄과 대통령 파면으로 생긴 국정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어떻게 보수 정당을 재건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지금 국힘 경선은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신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뒤로 밀리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 비판으로 날이 새고 있다, 국힘 후보 전체 지지율을 합쳐도 이재명 후보 1명에게 크게 못 미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키 높이 구두 같은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후보가 누가 되든 국힘은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22일자 사설 <키높이 구두나 물어보는 국민의힘 경선> 에서 “경위야 어찌 됐든 자당 소속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면 전 집권당으로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게 상식”이라며 “무엇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이미 법적 심판이 끝난 사안인데도 여전히 탄핵의 구렁텅이에 빠져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했다. 키높이>
이어 “2차 경선에서도 탄핵 때 누가 잘했니 못했니로 싸움이나 벌이면 국민의힘은 정말 가망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쏟아지는 비판에 국힘 경선 전략 수정, 2차경선 ‘주먹이 운다’ 삭제
홍 후보의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촉발된 두 후보 간 신경전이 네거티브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2차 경선에서 지목 토론 예정이던 ‘주먹이 운다’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진출자 4인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주도권 토론회에선 ‘주먹이 운다’ 코너가 빠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오는 24~25일 열리는 2차 경선 진출자 4인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주도권 토론회’에서 2005년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후보자 간 지목 토론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선 예비 주자들도 1차 경선 토론회 이후 불만족스러운 이야기를 전하고 유튜브 등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아 2차 경선에서는 예능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예비 주자들도 절반으로 추려진 만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에서 MBTI 자기소개, 밸런스게임 등을 진행하며 대선 토론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21일 호준석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예능적 요소가) 후보자들의 생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개인적으로 느낀다”면서 다만 “고언은 모두 경청하고 있다, 앞으로 경선 진행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보들도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일 A조 토론회를 마친 후 “다른 일반 토론회처럼 했다면 좀 더 심도 있게 정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도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충분하고 심도 있게 (토론을) 했다면 좋지 않았겠느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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