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사회는, 인공와우를 착용한 그에게 '청인처럼' 행동하길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그래서 시인은 첫 시집의 첫 시부터 능청맞고 유려하게 이 청인들의 세계를 조소하는 듯하다. 오, "오디즘"(농인에게 청인처럼 행동하라고 하는 청능주의)을 부르짖으면서. 백지 위에 발산되는 다채로운 감각들과 잔잔한 분노. 그리고 젊은 세대의 멜랑콜리함과 수어와 구어, 이중언어 사용자의 경계 속의 언어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빛난다. "절망을 여러 번 씹어" 본 자가 펼쳐내는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의 맛"처럼. 때로는 꼭꼭 씹으며, 때로는 흐르며 읽게 되는 멜랑콜리하고도 명랑한 젊은 시들.
■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
옥지구 지음 | 핌 펴냄 | 126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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