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베이비뉴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지나며 우리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되돌아보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 포용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라는 말이 닿지 않는, 법과 제도의 보호 밖에 놓인 이들이 있다. 바로 ‘느린 학습자‘다.
느린 학습자는 학습과 적응 속도가 느린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는 지능지수 70 이하는 아니지만, 평균보다 낮은 인지 기능과 사회 적응력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3.6%, 초·중·고 학생 약 78만 명이 해당되며, 학급당 평균 2명꼴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다.
느린 학습 아동은 학습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노력 부족’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며, 또래 관계에서의 소외, 자존감 저하, 정서적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느린 학습자에 대한 느린 학습자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마련되지 않았으며,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는 아동의 기본 권리 중 하나인 ‘학습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학교에 다니는 것을 넘어 각 아동의 특성에 맞춘 실질적이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을 발표해 경계선 지능인 현황을 파악하는 첫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 밝혔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조례를 제정하고, 전문 기관과 연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굿네이버스는 느린 학습 아동의 인지학습 능력과 사회성 향상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아동의 개별 특성에 맞춘 학습 지원과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동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아동들이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교육 현장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연수를 통해 느린 학습 아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질적인 학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법적·제도적 기반의 정비가 필요하다. 느린 학습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를 토대로 예산과 지원 인프라를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와 '지원'이다. 느린 학습 아동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진정한 포용의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느린 학습 아동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김규하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 ⓒ김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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