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임준혁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를 결국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 선사와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을 대상으로 입항 수수료를 매기는 방안은 2월부터 이미 예고돼 왔다. 하지만 외국산 자동차운반선도 차 1대당 150달러의 수수료를 내야할 상황에 놓이면서 완성차 해상운송 업계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전세계),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10월 14일부터 비(非)미국산 자동차운반선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21만원)를 내야 하며 단계적 인상 계획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자동차운반선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계 모든 자동차운반선은 입항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지난 2월 USTR이 공개한 초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당시에는 중국 선사가 소유한 선박과 각국 선사의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1회당 최대 100만달러(14억원)의 수수료를 내는 방안만 담겼다. 이 내용은 중국 선사 소유 선박에 톤당 50달러, 중국산 선박에 톤당 18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구체화했다.
국내 유일의 완성차 운송 선사인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소식이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한 28조407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8% 늘어난 1조7529억원으로 1조7985억원을 달성한 2022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지난해 완성차 해상운송 부문의 매출은 5조1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글로벌 자동차운반선 운임이 상승한데다 전체 완성차 해상운송 매출의 57%를 차지하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인 170만대의 차량을 판매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자동차운반선 선대 확대와 비계열 매출 증가도 완성차 해상운송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그럼에도 현대글로비스의 전체 매출에서 완성차 운반 관련 매출은 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신공장(HMGMA)을 완공했고 수입차 관세에 대응해 현지 생산을 늘릴 예정이어서 현대글로비스의 수수료 부담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기아의 해외 생산 물량이 증가하면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완성차 운송 대신 반조립부품(CKD) 운송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현대글로비스 CKD 매출은 11조4284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다올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CKD 사업은 완성차의 해외 생산 물량 증가와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즉 최근의 완성차 수출 감소 논란 정서와는 다르게 CKD사업이 오히려 중장기 외형 증가의 핵심 변수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운반선에 치중된 선대 운영을 하지 않는 것도 미국 입항 수수료 부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은 98척(6000CEU 기준)이다. 같은 기간 벌크선도 21척을 보유·운영하고 있어 사업 다각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에서 운용 중인 자동차운반선 중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리 회사를 포함해 모든 자동차 운반선사들이 동일한 조건인 만큼 자사의 피해가 크다고 예단하기는 너무 이르다.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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