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가 최악의 선수라는 메시지를 행간에 심어두는 현지매체, 상황을 빤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단장이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선수 비난을 증폭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21일(한국시간) 막스 에베를 단장의 인터뷰를 전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감독이 지난 3월 김민재의 부상을 방조했다며 바이에른을 비판한 인터뷰를 뒤늦게 들고 나와 에베를 단장에게 입장을 물었다. 에베를 단장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김민재의 건강이 위험한 건 전혀 아니었다. 물론 김민재는 문제를 겪었고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필요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황당한 건 이 매체가 기사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별다른 매체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민재가 최근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했다는 걸 기정사실화했다.
바이에른은 최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서 인테르밀란과 1무 1패를 기록하며 탈락했고, 그 사이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도르트문트전은 2-2로 비겼다. 세 경기 모두 김민재가 온전치 못한 컨디션임에도 뱅상 콩파니 감독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는 중앙수비수를 모두 기용했다. 그리고 매 경기 수비가 불안하다고 비난을 받았는데, 지난 시즌부터 잦은 비난에 노출돼 온 김민재에게 뭇매가 쏟아졌다. 그 중 8강 2차전의 경우 억지 비난에 가까웠다. 김민재는 대부분 수비를 깔끔하게 해냈고, 논란이 된 세트피스 실점도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수비 전술의 실패였다. 축구팬들은 그렇다 쳐도 축구 전문 기자들조차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실점 상황이 왜 김민재 귀책이 아닌지 설명하는 경우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빌트’는 “김민재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특히 8강 2차전에서 두 번의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 그 이유였다”라고 썼다. 그 뒤 내용이 부상 문제기 때문에 마치 김민재의 실책이 부상 때문이라고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김민재가 결정적인 실수를 두 번이나 저질렀다고 은근슬쩍 못 박은 것부터가 사실관계 왜곡이다. 세트피스 헤딩 실패 하나는 시각에 따라 실수로 볼 수 있겠지만 두 번째 실수는 어느 장면을 말하는 건지 짐작조차 힘들다.
또한 이 기사의 중간 제목은 ‘에베를 단장은 김민재의 부상 문제를 경시한다’이다. 이 문장은 김민재의 부상 상태가 별 것 아니라는 말로도 보이고, 김민재의 부진이 꼭 부상 때문은 아니라는 말로도 보인다. 본문을 읽어보면 전자에 가깝지만 중의적인 제목만 읽은 독자는 ‘부상 때문에 못한 게 아니네’라고 생각하기 딱 좋다.
에베를 단장의 태도도 비난을 방조하는 수준이다. 에베를 단장은 이 인터뷰에서 “김민재에 대한 비난은 과장된 면이 있다. 그가 실점 한 두 개에 관여한 건 사실이지만 매번 나빴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립적인 발언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현지 매체들은 원하는 멘트만 골라 실으며 ‘실점에 관여’했다는 말만 부각시킨다. 독일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 모를 리 없는데도 선수 비난하기 좋은 어구들을 던져주고 있다.
이 매체는 나아가 김민재가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의 최근 게시물을 댓글 금지로 설정했다는 점까지 기사에 반영했다. ‘빌트’는 김민재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적극 유발한 매체 중 하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댓글을 닫았다는 걸 이적이 다가온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적할 수는 있지만, 이 매체의 태도는 적반하장식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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