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2025년 봄, 인천과 김포국제공항은 K-팝과 드라마 팬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그 뜨거움 뒤에는 공공 질서의 파괴와 시민들의 분노가 있었다.
연예인들의 공항 경호 논란과 일부 팬들의 '길막'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연예인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무분별한 특권 의식의 총체였다.
■ “나오세요!”…경호의 이름으로 시민에게 소리치다
지난달 29일 SM엔터테인먼트 엔시티 위시(NCT WISH) 시온은 중국 일정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시온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으면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더불어 경호원의 과잉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나오세요” 라며 경호원은 짜증 섞인 말투로 통로를 확보하려 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일반 이용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항의했다.
“뭐 대단하다고 승객들한테 소리 지르고 반말이야? 누군 소리 지를 줄 몰라서 안 지르는 줄 알아?”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일갈은 단지 말다툼이 아닌, 공공성 침해에 대한 정당한 분노였다.
■ 하츠투하츠 팬덤 ‘길막’에 터진 시민의 욕설
같은날 역시 SM엔터테인먼트 8인조 신인 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가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현장에는 팬들과 취재진, 경호 인력까지 한데 몰리며 진입로가 사실상 마비됐다.
한번에 몰려든 팬들은 일명 ‘대포’라 불리는 초망원 렌즈 카메라를 들이밀고, 휴대폰을 얼굴 가까이에 가져다 대며 멤버들을 따라붙었다.
“우리도 출국해야 할 거 아니야. 이 XXX들아!” 고성과 함께 터져 나온 시민의 격앙된 반응은 단순한 욕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항이 더 이상 공공의 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황제 경호의 극단, 변우석 사례
지난해 7월 변우석은 홍콩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경호업체 직원들이 공항 출입 게이트를 통제하고 일반 승객에게 손전등을 비추거나 라운지 인근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승객 항공권을 함부로 검사하는 지나친 경호로 공항 이용을 방해하면서 문제가 됐다.
시민의 불편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여론은 “배우 하나 지키겠다고 공항을 사유화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으로 확산됐다.
■팬심인가, 폐심인가?
아이돌을 향한 팬들의 애정은 때론 상상 이상이다. 특히 데뷔 초 신인 그룹일수록 팬들의 현장 응원은 중요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팬들은 멤버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인도와 차량 진입로까지 점거하고, 일부는 카메라를 들고 달리며 공항 내부를 가로지른다.
사실 공항 ‘길막’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룹의 인지도가 높건 낮건, 팬들이 조직적으로 공항에 모여 현장을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드는 일은 자주 반복되어왔다.
■ 공항은 쇼장이 아니다
연예인의 출국 장면은 이제 ‘비공식 쇼’처럼 소비된다. 출국 사진은 언론에 의해 빠르게 유통되고, 브랜드 협찬을 입은 스타들의 모습은 또 다른 ‘광고’가 된다. 그러나 공항은 공공장소이며, 그 공간의 주인은 특정 팬덤이 아니다.
‘누구보다 먼저 보고 싶다’, ‘직접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욕망이 시민의 이동권을 침해하고 안전까지 위협한다면, 그것은 '팬심이 아니라 폐심(弊心)'이다.
■ 보호는 정당해야 하고, 경호는 조용해야 한다
팬덤과 경호의 과잉이 만나면 스타조차 그 중심에서 ‘불편한 권력’의 상징이 된다.
팬은 사랑을 이유로 질서를 파괴하고, 경호는 보호를 이유로 시민에게 소리치며 소속사는 스타의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며 현실의 불쾌를 외면한다.
그러나 공항은 누구의 팬이냐, 어떤 소속사냐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시민 모두에게 동등하고 안전한 이동권이 보장되는 장소여야 한다.
공항은 특권을 걷는 무대가 아니다. 지나침은 결국 스타의 이미지도, 팬문화의 인식도 갉아먹는다. 팬덤, 소속사, 연예인 모두가 돌아봐야 할 때다. 누구를 위해 길을 막고, 누구를 위해 소리를 질렀는지.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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