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대한민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경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엔 당시 가해자들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한 유튜버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관련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튜브 채널 ‘집행인’을 운영하던 20대 A씨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2025년 4월 18일, 창원지방법원 형사6단독 우상범 부장판사는 유튜버 A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함께 566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영상 제작자 B씨에게도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되면서 법원은 이 사건을 사회적 경종의 사례로 남겼다.
A씨는 2024년 6월부터 8월까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실명, 얼굴, 가족 정보 등을 담은 영상을 다수 업로드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A씨는 해당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진 인물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위치와 상호명을 그대로 공개해 사실상 해당 영업장의 명예와 영업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가해자 신상공개 콘텐츠를 기획했다. 그러나 그의 영상 제작 방식은 철저한 검증 절차 없이 인터넷 검색 및 제보 등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무관한 일반인의 신상까지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고,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중 일부는 해당 영상으로 인해 오해와 비난에 시달렸으며, 그 중에는 밀양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제3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사건의 실제 가해자가 아닌 엉뚱한 인물이 신상공개의 대상이 된 경우도 있어, 무차별적인 폭로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상범 판사는 판결문에서 “유튜브나 SNS를 통해 가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고, 이를 관망하는 현상이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선 안 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번 사건은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사회적 이슈를 자극적으로 다루려는 시도가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엄벌을 통해 정보 유통의 최소한의 신뢰성과 공공질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집행인’ 사건은 온라인상 ‘사이버 레커’의 무분별한 폭로 행위가 단순한 콘텐츠 생산을 넘어 실제 피해자를 양산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버 레커는 이슈에 편승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자극적으로 전달하고, 개인의 신상이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콘텐츠로 조회 수를 얻는 이들을 일컫는다.
‘집행인’ 외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다른 유튜버들도 법적 책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투토끼’라는 채널을 운영하던 유튜버 B씨는 밀양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그는 공무원인 아내가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넘겨받았다는 혐의까지 더해져 내달 2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B씨의 아내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이 구형된 상태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의 운영자 C씨도 가해자 신상을 최초로 공개하며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다. 현재 그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며, 밀양 사건 관련 콘텐츠가 사실상 사이버상 ‘2차 가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편,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당시 중학생이던 피해자가 지역 고등학생과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그러나 당시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고, 가해자 중심의 수사 및 보도 관행으로 인해 형사적 책임의 무게가 충분히 작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 사건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회자되며,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이번 유튜버 실형 판결은, 정의 구현이라는 이름으로도 타인의 기본권과 사생활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원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개인적 분풀이나 마녀사냥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온라인상의 정의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정보 유통의 책임 사이에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는 사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버상의 ‘자경단’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시 판단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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