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은지 기자] 41년간 싸움 끝에 물음표로 마무리된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의 판결이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주제는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이었다. 휴가를 하루 앞두고 군에서 사망한 허 일병 사망 사건을 이야기하며 리스너로는 가수 윤도현, 배우 오대환, 조수향이 나왔다.
당시 22살이던 허 일병이 입대 후 첫 휴가 전날 사망했다. 허 일병이 중대장 가혹 행위와 군 복무에 염증을 느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졌다. 군 헌병대는 허 일병이 스스로 오른쪽 가슴에 총을 쐈고 바로 죽음에 이르지 않자 왼쪽 가슴과 머리에 추가 격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인 아버지는 물이 흥건한 중대본부 바닥과 막사 밖의 핏덩이를 목격한다. 이어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엔 세 개의 총상이 있었지만 당일 두 번의 총성을 들었다는 증언을 듣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 2000년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됐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헌병대원들에 따르면 발견된 탄피는 두 발이나 어느 순간부터 보고서에는 탄피 3개가 발견됐다고 쓰였다. 또 사건 현장이 깨끗한 것은 물론 허 일병 가슴에 남은 두 개의 총상 색깔이 다른 것을 두고 부검의는 총상을 입은 시간이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허 일병 사인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 총기 오발 사고로 인해 허 일병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러나 국방부 의견은 달라 진상규명은 쉽지 않았다. 특별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국방부는 3개월 간의 조사 끝에 허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발표했다. 허 일병이 총을 세 번 쐈으나 군인들이 제대로 총성을 듣지 못했다. 총상의 색이 다른 것은 거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재조사 중 검찰수사관 김 상사 집에서 ‘Dirty, Black, Secret’의 약자인 D.B.S 파일을 발견했다. D.B.S 기록에 따르면 감정을 의뢰한 총번이 수정됐다. 초기 의뢰했던 M16 소총의 총번과 탄피가 일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총번이 수정된 것은 행정상 착오라고 해명했으나 의문사위는 M16은 허 일병 것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며 타살이라고 또다시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가 극단적 선택이라고 결론을 낸 지 2년 만이었다.
자체 조사뿐 아니라 재판 결과도 매번 뒤집혔다.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1심은 헌병대 수사 기록에 시간적 모순이 있다며 허 일병 사건을 타살로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참고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극단적 선택으로 판결했다.
허 일병이 세상을 떠난 지 31년 후 대법원은 초기 수사 부실로 사실 관계 파악이 불가하다며 극단적 선택인지 타살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조수향은 “내 자식이 죽은 것도 슬픈데 그동안 싸우신 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장현성은 “국방의 의무가 있다면 국가는 장병들을 건강하게 돌려보내야 할 책임이 있다. 혹여 사고가 생기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를 해서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장성규도 “유가족이 의문이 있다면 그 의문을 정성껏 풀어주는 것도 국가의 의무가 아닐까”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조은지 기자 jej2@tvreport.co.kr / 사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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